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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진 Jan 23. 2024

현대 외식업의 본질

런베뮤의 베이글은 무슨 맛인가?

먹고 마시는 행위의 현대적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허기는 욕구지만 소통은 욕망이다. 욕구는 일시적이나마 채워지는 것이나, 욕망은 해소되지 않는 그 무엇이다. 음식이 허기의 충족을 해결하는 기능에서 나아가지 못했다면 애초에 '요리'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조리’라는 단어에 머물렀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요리'라는 단어에 '조리' 이상의 다른 무언가가 함의되어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음식과 요리를 보는 근원적인 관점은 '허기'를 채우는 것이다. 그다음 '어떤 방식으로 허기를 채우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로소 '맛'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구석기시대 인류가 불을 발견해 고기를 구워 먹는 것과 큰 맥락에서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대에서 음식의 내적 의미는 더욱 문화적이며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개념과 닿아있다. 와인 감식이 그렇고 음식 비평이 그러하다. 몽라쉐의 화려한 수식은 허세가 아닌 소통을 위함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히 공감할 수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을 구하고자 하는 환상을 가진다.


자본주의의 발전이 음식과 외식업에 미친 영향을 한 문장으로 응축하면 "못 먹어서 문제인 시대에서, 많이 먹어서 문제인 시대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조리'에서 '요리'로의 개념적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비즈니스 관점에서 음식을 내재적 욕구 충족의 가치보다, 욕망의 충족에 무게중심을 두게 만든다. 이는 '조리'에서 '요리'로의 개념적 변화가 단지 관념적 이슈가 아닌 먹고사는 우리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요식업이라는 단어 하나로 외식 비즈니스를 한데 묶어서 설명하기란 힘든 일이다. 보통은 사업자 본인도 자신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음식을 팔아 낸다"는 현상이 같아 보일지라도, 그 본질이 다르다. 똑같은 음식 만들어 파는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허기 비즈니스'를 하고 누군가는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를 한다.



같은 베이글이 다른 비즈니스를 이야기한다.


현재 한국 외식업계에서 별처럼 빛나는 브랜드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이다. 현대 외식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의 좋은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참고기사 - 이효정 런던베이글 창업자 “좋은 공간이 좋은 고객 경험 만든다” 

Q) 맛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맛있는 베이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맛은 단순히 혀끝을 통해 느껴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맛을 느끼는 상황과 결합된다고 생각한다. 공간 인테리어에 힘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베이글의 맛에서 그치지 않고, 앞서 말한 주변 공간의 레이어와 결부됐을 때 독특한 맛의 경험이 나타난다. 결국 베이글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함께 브랜딩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자 인터뷰의 핵심은 "맛은 그 맛을 느끼는 상황과 결합된다"라는 부분이다. 이는 “과연 맛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본질을 짚는 대답이다. 이 말을 부연적으로 설명하려면 너무 많은 지면을 과학적 이론에 할애해야 하니 한마디로 요약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맛은 혀가 아니라 뇌에 있다.



이효정 창업자의 다른 인터뷰 부분을 살펴보자.

Q) 카페는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남다른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A) “맛에 계산적으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철저히 내 취향을 반영하는 편이다. 맛을 포함해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면, 그 과정에서 필터링을 거쳐 본능적으로 좋은 취향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남다른 맛, 즉 맛이라는 절대적 개념도 중요하지 않느냐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창업자는 "취향"으로 응답한다. 우아한 답변이긴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음식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일까? 베이글이라는 음식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그녀는 이 비즈니스의 창업자로서 관련된 어떤 히스토리들을 가지고 있을까? 


창업자와 그 브랜드의 뒷배경이 어찌 되었던,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이견의 여지없이 한국 외식업계에서 훌륭한 성공 사례이다. 이는 중요한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로, 현재 외식업에서 소위 "힙하고, 잘 나가는" 외식 브랜드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이끌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두 번째로는 이들의 성공은 후발주자들에게 모범적 사례가 되어 비즈니스의 기획에 영향을 줌으로써 (시장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기 전 까지는) 외식산업 전반에 이러한 사업 풍토를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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