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사람들:죽음

by 양희수
<엄은솔 두려운 사람들:죽음>

죽음이 찾아왔다. 누군가에게 찾아온 게 아닌 우리들에게 찾아왔다. 죽음은 누군가에게 '죽음'으로 찾아오지 않고 물질로 죽음이라는 형체로 찾아왔다. 죽음은 우리들 사이 갑자기 생겨났으면 강림하지도 땅에서 솟아나지도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어느새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이 죽음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그냥 누군가 갖다 놓은 해골 모형인 줄 알았다. 점차 모두가 알았지만 모두가 정체를 알지는 못했다. 죽음이 말했다.


"죽음입니다."


간단하면서 명확한 소개였다. 놀라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하지만 죽음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그저 존재했다. 연극에 그저 있어주는 앙상블처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천천히 죽음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죽음에게 우리는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은 무리의 뒤편에서 들렸다. 만일 신이 인간세상에 질문을 받기 위해 온다면 첫 번째로 받을 것 같은 말투와 질문으로 말이다.


"당신이 죽음이라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죽음이란 원래 없는 것이고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죽음이란 단어를 만들었지만 죽음은 원래부터 존재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란 단어가 만들어지고 나서 죽음이 만들어진 게 아니지요."


"그러한 죽음은 육체의 붕괴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인간의 영혼은 시간 속에서 단절되지 않습니다."


이 답부터 점차 의심하는 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혼이라 하면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존재의 유무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고 물질과학이 주를 이루는 세상에서 영혼은 구시대적 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종교를 제외하고는 영혼을 다루지 않는 사회에서 이 답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죽음이라 믿었던 존재를 누군가의 장난으로 받아들여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럼 당신도 없는 존재인데 어째서 그러한 모습으로 나타난 겁니까? 그런 해골의 형태도 너무나 인간적인 생각의 모습 같은데."


"맞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당신들은 영혼이자 신, 이 우주를 관장합니다."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카메라를 찾고 있었다.


"갑자기 우리가 신이라니 너무나 비약적인 논리 아닌가요?"


"당신들이 앞선 역사에서 받드는 몇몇 인물들은 이미 신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원래부터 특별해서 신이 된 게 아닙니다. 원래가 모두가 신이었으나 살아있는 동안 어떠한 일을 하고 가느냐에 따라 그 만큼의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하는 행위에서 도출해 낸 결론이지 실제로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것 만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죽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반박을 한 사람이 다시 말했다.


"증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어떠한 증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는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있을 뿐이고 질문에 대답할 뿐입니다."

죽음의 대답은 방아쇠같이 많은 이들의 입에서 질문을 터트리게 했다. 죽음이 하는 모든 말이 자명하고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죽음이란 존재를 마주친 것은 흔히 겪을 수 없는 일이기에 모두가 필사적으로 질문을 하고 싶어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빠른 속도로 죽음은 질문을 했고 그 말이 겹치고 겹쳐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결국 무리의 한 사람이 책상에 올라 소리를 쳐 모두를 진정시켰다. 가장 먼저 할 질문이 있다며.


"당신은 언제까지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까?"


"그것은 나도 알 수 없습니다. 바로 당장이 될지 아니면 모두가 질문을 멈춘 후가 될지도."


다시 아수라장이 되면서 모두가 질문을 먼저 하기 위해 앞다투어 소리를 쳤다. 책상에 올라갔던 사람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휘청하며 떨어질 뻔했지만 밑에 있던 사람의 어깨를 잡고 버텼다. 그리곤 더욱 크게 소리를 쳤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모두가 급하겠지만 한 사람씩 천천히 질문을 하는 것에 동의를 구했다. 누군가의 감정을 삭히는 신음소리가 작게 들려왔지만 모두들 동의를 한다는 듯이 더 이상 질서를 벗어난 질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책상 위에 있던 자는 자연스럽게 진행자가 되어 질문을 원하는 자를 지목해 질문을 하게 했다.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 며칠 전에 죽었습니다. 혹시 그 강아지와 제가 죽으면 영혼이 되어 만날 수 있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은 영혼이 없습니다."


질문자는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과는 만날 수 있습니까?"


"다시 말해 인간은 죽지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단어를 써야 할 수밖에 없네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만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살아있던 당시에 어떠한 관계를 가졌는지에 달려 있으며 영혼이 되면 인간으로 존재했을 때의 판단력이 사라지고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만일 만났다 하여도 지금의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디선가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른 힘이란 어떤 힘인가요?"


"정해진 힘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알고리즘 같은 것인가요?"


"알고리즘?"


"네 벗어날 수 없는 정해진 절차 보통은 프로그램으로 인간이 만들지만 세상에는 중력과도 같이 원래부터 존재하는 힘의 절차가 있죠. 근본을 찾아가면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있기에 받아들이면서 살 수밖에 없고 거스를 수 없는 힘."


"그렇다면 그 단어를 쓰는 게 맞겠군요."


"그 힘은 누가 정하는 겁니까?"


"정하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그래 왔습니다. 진리입니다."


"진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 어떤 진리가 존재합니까?"


"한계의 벽 뒤에 모든 부분이 진리입니다."


"한계도 누가 정하는 게 아니고 인간은 항상 한계는 돌파해 왔습니다."


"제가 말한 한계는 할 수 없는 것에 부딪힌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앞에 말한 중력과도 같이 중력의 힘을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이 우주의 방식을 뒤집을 수 없듯이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 듯이 그러한 진리는 모든 것에 관여합니다."


"그럼 자유의지는 없는 건가요?"


"저의 말이 지금 모든 이에게 영향을 주듯이 인간이 하늘을 날기 위해 그저 주어진 몸만으로 안되 듯이 완전한 자유의지만 있을 수 없으나 언제나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물길을 틀 수 있습니다. 시작은 미비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방향의 전환이지만 그 물길은 이 우주의 끝까지 영향을 줍니다."


마지막 죽음이 뱉은 말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누군가를 떠오르게 했다. 무언가를 더 아는 존재에게 우리는 의지하게 된다. 다음 이어지는 질문은 삶의 대한 더욱 명확한 답을 원했지만 죽음은 도망치듯 그들이 원하는 답이 아닌 한 폭의 그림에 대해 말하듯 추상적인 대답만 했다. 결국 모든 이들은 그러한 태도에 질려 떠났고 진행자와 죽음만이 남았다. 진행자는 어느새 책상에 걸터앉아 하나둘 떠나는 이들을 지켜봤고 마지막 인사를 죽음에게 했다.


"이러한 말이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로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들은 이야기는 흥미롭게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죽음은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진행자를 봤다. 두개골만 남은 죽음의 얼굴엔 두개에 공터가 있었다. 그 자리에 깊게 파인 어둠은 진행자가 느끼기에 어떠한 향기도 풍기지 않았다. 진행자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 문을 닫고 나갔다. 점점 얇게 그어지는 문 틈 사이로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는 죽음을 바라보며 진행자는 자신이 죽음을 맞이 할 때 떠오를 순간이라 생각했다.



그림출처

souleom.com

Instagram.com/soulartist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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