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신의 선고였다. 누구도 단 한 번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이들은 그렇게 죽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확률은 매우 희박했기 때문에 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피어났으나 내색을 하지 않는다면 신은 눈 감아주는 관대함을 보였다. 절대적인 신에게 아무도 도전할 수 없었다.
우리는 함께 연극을 보고 있었다. 그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이다. 그와 함께 신인시절 작품을 했던 배우의 출연으로 초대권을 받아 연극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그는 하품을 참으며 혹시 모를 배우와의 눈을 마주침에 작품이 지루하다 것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아 자신의 손을 주무르며 참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고 그는 고개들 돌려 나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연극은 점차 절정에 치달아 극 안에 역할들이 한 명씩 죽기 시작했다. 자살을 하기도 했고 물에 빠져 죽기도 했다. 타인의 죽음을 보는 게 일종에 희열감도 있지만 삶에 대한 경각심도 생기게 된다. 그때 그의 손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자세를 고쳐 앉기 위해 손을 빼려 하는 줄 알았지만 점차 경렬 해지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을 허공에 부릅뜨고 점차 의자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그를 붙잡았고 사람들의 시선은 무대에서 객석으로 옮겨져 왔다.
신이 왔다. 신은 허공에서 점차 선명해지더니 그의 육신에서 영혼을 빼내어 자신의 뒤꽁무니를 따라오게 했다. 나는 신을 노려봤지만 나의 존재를 모르는 듯 아니 알고는 있지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듯이 사라졌다. 극장 안은 기도하는 사람들로 작은 소음이 진동하고 있었다.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집은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그가 썼던 희곡들을 읽어보며 살아있을 때의 그의 느낌을 다시 받고 싶었다. 집에 돌아오면 창가에 있는 책상에 앉아 굽은 등으로 타자를 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아무리 책장을 뒤져도 그가 쓴 희곡이 보이지 않았다. 배우들과의 리딩을 위해 간단한 책으로 만들어 놨었는데 그가 쓴 작품들만 보이지 않았다. 이것 또한 신의 짓인지 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분명히 신의 뜻이다. 나는 그가 사용하던 책상에 올라 창 밖으로 소리쳤다.
"왜 그런 거야"
너무 앞으로 고개를 내밀어 창 밖으로 떨어질 것 같아 다시 뒷걸음치다 책상 밑으로 떨어졌다. 기절했는지 눈을 떠보니 해가 지고 있는 주황빛 집안을 물들이고 있었다. 책상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희곡 책들이 있어 뒤적여 보니 그가 쓴 희곡들이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희곡을 안았다.
그의 희곡을 다 읽고 나니 공허함이 밀려왔다. 아무리 읽고 또 읽고 그와 함께 있던 공간에서 그가 있다 상상을 해도 뚫린 공간은 채워지지 않았다. 차리리 신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이 고통이 덜어질 텐데, 그때 번득이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당장 그의 대한 그리움과 신에게 물어 궁금중을 풀 수 있는 방법. 나는 몸을 일으켜 식탁을 지나 복도를 뛰어 그가 글을 쓰던 방으로 들어가 책상을 밟고 창 밖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