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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은 Oct 15. 2021

그래, 여전해서

밤이 오면 지고, 아침이 오면 활짝 핀다던 선물.

일곱 밤을 보냈고 곧 하룻밤을 더 보내게 된다.

여전히 앙다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운해서,

여덟 번째 아침을 맞는 날 집 앞 길가에 옮기기로 했다.


노란색이다.

흙에 안겨 햇살과 애정 어린 눈 맞춤을 하는

노란 수술을 가진 꽃.

빈 화분을 아직 그 자리에 두었는데, 오늘 밤엔 그것도.


특별한 선물로 리본 장식을 두른 채 내 품에 안겼었다.

내 품을 떠나갈 땐 식물, 만물. 그리고 들꽃.

내 것이라는 소유에서 벗어난 너는

밤이 오면 지고, 아침이 오면 피는 꽃이 되어있었다.


그것은 여전함의 극치였다.


그래, 여전하기 위해

내가 일궈놓은 세상에선

지고,

지고

지기만 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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