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신질환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곳
"펭귄은 바다에서 멋지게 날잖아!"
펭귄의 날개는 땅 위에서 우스꽝스럽게 표현된다. 뒤뚱뒤뚱 느린 동물.
펭귄의 날개는 원래의 쓰임인 ‘비행’을 할 수 없는 새다. 그렇지만 바다에서는 멋지게 날 수 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수영한다. 바다는 우리가 내려다보는 곳이기도 하지만, 펭귄에게는 자신보다 한없이 느리게 움직이는 인간들을 재빠르게 따돌리며 비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펭귄이 날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날개의 쓰임과 쓸모를 섣불리 재단하는 지극히 인간 중심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모두 펭귄처럼 자신만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청년들에게도 아직 쓰임과 쓸모를 찾지 못해 그저 구겨져서 방치되어 있는 자신만의 날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힘껏 펼칠 날개가 생길 것이라 기대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질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날개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가. 지금 나의 불안과 방황의 나날이 나의 날개에 맞는 쓰임과 쓸모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날개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모두 자신에게 이미 숨겨진 날개를 꺼내 수시로 쓸고 닦고 위로하며, 쓰임과 쓸모가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쓰임과 쓸모를 끝끝내 찾지 못해도 어떠한가. 이미 날개는 주어져 있다. ‘비행’의 기능 외에 정답이 주어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날개에 멋진 쓰임과 쓸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질환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지지하고 의지하는 곳, ‘펭귄의 날갯짓’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4년 현재는, 보건복지부 위탁사업으로 '친구네 집'이라는 정신질환 및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주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울증과 ADHD 3N년차 섬세한 펭귄은 불안장애를 가진 사무국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하고, 불안도와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회복지사를 팀장으로 채용한다. 때가 되면 약을 먹고, 눈물 쏟는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생각보다 멀쩡한 사람들이 멀쩡하게 굴리는 회사는 비영리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발버둥친다. 정신질환이 있어도, 고립은둔 경험이 있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고, 일할 수 있다고 조용히 외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