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카를 닮았어요 엉엉
"제가 ADHD예요? 아, 우울증도 있어요?"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대답하는데 그냥 눈물이 펑펑 흘렀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 쿼카를 닮았어요. 엉엉 저 근데 왜 울죠?'
눈물 한 바가지, 콧물 한 바가지 쏟으며 정신과를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시는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직장'으로 돌아가지 말아야지.'
아니, 돌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10년 넘은 해묵은 궁금증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일을 못할까? 노력을 하면 할수록 왜 일을 더 못 할까?"
나는 술을 많이 마셨다. 정말 개한테 미안할 정도로 개처럼 아무 데나 왈왈 짖어대며 취하도록 마셨다.
나는 자주 무기력했다. 늘 피곤하고 편두통이 심해서 도저히 무언가를 시작조차 못 할 때도 많았다.
나는 충동적이었다. 그렇게 무기력하면서도 무언가 꽂히면 바로 실행할 정도라 7만 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끊어 즉흥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가기도 했다.
나는 자주 울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는 건 백분의 일이었다. 혼자 있을 때면 내리 삼킨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집중력이 부족했다. 늘 회사를 옮겼고, 자주 멍때려서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는 스스로를 탓했다. 내가 너무 나약한 사람이어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혼냈다.
그런데 서른이 넘어서 쿼카를 닮은 선생님께 "님, 우울증임" 이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한 인간의 인생이 너무나 불쌍하고 억울했다. 무해한 인상의 사람에게서 듣는 해로운 소리란 참으로 슬픈 것이었다.
그렇게 펭귄의 날갯짓이 조금씩 깃털을 보이기 시작했다.
눈물 쏟으며 시작한 날갯짓은 여전히 눈물이 넘치는 곳에서 아등바등 비행 중이다.
여전히 눈물을 쏟으면서도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딱 하나,
나는 펭귄의 날갯짓을 만든 대표다. 그리고 내 곁에는 오로지 펭귄의 날갯짓만을 바라보며 무보수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그 사실은 내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가롭게 주저앉아 닦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