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캐나다 PEI 샬럿타운 여행시 챙겨가면 좋을 의외의 것들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에 아이들과 함께 도착했다. 샬럿타운과 캐번디쉬, 빨강머리앤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흔적이 있는 두 곳을 여행할 계획이다. 어른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신경쓸 것들이 무척 많다.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캐리어의 무게를 고려하여 반드시 필요한 물건과 있으면 유용할 물건을 선별해야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보다 준비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는 이유이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하며 도착한 이곳에서, 가장 아쉬웠던 물건은 젓가락이었다. 한국에서는 밥도 반찬도 국의 건더기도 젓가락으로 해결했었다. 국물을 떠먹을 요량이 아니면 굳이 숟가락으로 바꿔서 쥐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이곳 캐나다는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던가. 젓가락의 현란한 기술과 쓰임새를 포크로 대신하려니 무척 답답했다.
샬럿타운에는 아시아 마트가 몇 곳 있어서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서 김치, 불닭볶음면, 신라면 등을 구매했다. 한국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는 라면일 것이다. 우리집 아이들도 라면을 좋아한다. 몸에 좋지 않아서 못 먹게 하니, 오히려 더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가는 끼니때 라면을 주기도 한다. 물 대신 집에서 만든 육수를 넣기도 하고, 야채와 해물을 듬뿍 넣기도 한다.
캐나다에 와서도 아이들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숙소 근처 슈퍼에서도 라면을 팔고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다. 작은 슈퍼인데도 물건 종류가 많기도 했지만, 영어와 불어로 쓰여진 생소한 제품들로 채워진 진열대가 한 눈에 파악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어느날은 신라면을 끓여주었다. 작은 아이가 젓가락을 사용하고 싶단다. 라면은 젓가락으로 먹어야한다면서. 생각해보니 포크로 먹는 라면은 정말 어색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나무 젓가락이 몇 개 있었다. 그런데 다음번에는 꼭 쇠젓가락을 챙겨와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의 질감이 라면이 아닌 다른 음식을 먹는데는 좀 불편하다. 게다가 일회용 나무 젓가락은 여러번 사용할 수가 없다. 이러니 몇 개 가져온 나무 젓가락이 귀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숙소에서 프라이팬 위에서 식재료를 뒤집을 때도 젓가락이 무척 아쉬웠다. 집게가 있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을 콕 집어서 들어올리는데는 젓가락만한 게 없다. 아, 다음번엔 꼭 쇠젓가락을 챙겨와야지!
여행에서는 아무리 꼼꼼하게 챙기더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비행기를 타면서 귀가 먹먹한 정도 이상으로 아픈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항공성 중이염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이의 귀는 어른보다 약해서 항공성 중이염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이곳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 오려면 두 번의 비행기 이착륙을 경험해야 한다. 한국에서 토론토까지는 국제항공을, 토론토에서 샬럿타운까지는 캐나다 국내항공을 이용한다. 첫째 아이는 귀가 먹먹하고 참을 수 있을만큼 아픈 정도였지만, 둘째 아이는 아프다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심했다. 이륙보다는 착륙할때 특히 심했는데, 토론토공항에서보다 샬럿타운공항에서 더욱 심했다. 이곳 샬럿타운 공항에서 나와 숙소에 도착해서도 귀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귀의 통증이 머리쪽까지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다행히 몇 시간뒤에 증상이 사라져서 저녁무렵에는 상태가 좋아졌다. 귀국하는 항공편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항공성 중이염에 대비해서 한국에서 약을 처방받아 가지고 왔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귀국할 때도 아이에게 고스란히 통증을 참으라고 할 수 없었기에, 일단 인터넷에서 폭풍 검색을 했다. 기압을 감소하게 해주어 항공성 중이염을 예방하는 이어플러그가 있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해외배송 제품도 여럿 있었다. 여기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디서 구매해야할지 헷갈렸다.
아이들과 함께 대형마트인 월마트에 갔을 때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월마트 내에 약국이 있었는데 혹시나하고 그곳에 물어보니 와, 있었다, 제품명이 이어플레인이었다. 약사는 키즈용이 없다면서, 다른 약국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그 뒤로 서너곳의 약국에서 키즈용을 구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작은 아이 귀에 맞지 않으면 큰 아이가 사용할 요량으로 진열되어 있던 이어플레인을 하나 구매했다. 작은 아이 귀에 살짝 큰 느낌이었지만 사용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추가로 하나를 더 구매해서 캐리어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에어플레인은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귀마개와 참 비슷하게 생겼다. 가격은 20배쯤 비싼데, 뭔가 특별한 기능이 있는거겠지, 하고 생각하다가, 수영장 귀마개랑 진짜 똑같은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인터넷에서도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은 많았지만, 뚜렷하게 효과를 보았다는 후기는 찾기 힘들었다.
이어플레인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이곳 샬럿타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약이 있을까하고 다시 인터넷 검색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해열진통제를 먹여도 된다는 짧은 카페글을 발견했다. 해열진통제? 해열제? 약구에서 아이들용 상비약을 구매하면서, 소아용 진통제를 요청했더니 해열제를 가리키며 이게 진통제 효과도 있는거라고 했던 약사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가져온 챔프 해열제를 복용해도 되는걸까? 아이가 다니던 한국의 소아청소년과에 전화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두 아이 모두 건강한 덕분에 아주 가끔 가는 곳이라서 무턱대고 전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원격진료가 허용되어 비용을 지불하고 진료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열제라는 단서를 붙들고, 어떻게 확인할지 고민하다가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을 올렸다. 답변 자격을 의사로 체크했고,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전문가 프로필과 다른 질문의 답변 내용을 확인하고 이 분의 답변을 신뢰하기로 결정했다. 답변의 내용은 항공성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챔프 해열제를 용량대로 먹여도 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이어플레인과 해열제를 사용해서, 귀국할 때 아이가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꼭 출국하기 전에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여 항공성중이염 예방약을 처방받아 준비하길 바란다. 아이의 귀는 어른보다 약해서, 통증을 느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젓가락과 항공성 중이염 대비책 이외에도 캐나다 PEI 샬럿타운으로 여행올 때 챙기면 좋을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 있는 경우 유용한 물건들이며, 여름철에 필요한 물건들이다.
한국을 상징할 수 있고 휴대가 가능한 작은 간식거리를 가져오면 유용하다. 길을 묻거나, 사진 찍는 걸 부탁할 때 등등 도움을 받은 외국인에게 하나씩 건네주는 용도이다. 한국의 슈퍼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미니 약과를 추천한다. 하나씩 낱개 포장되어 있어서 가방에 몇 개씩 넣어다니기도 좋다. Kores Trasitional Cake 이라고 소개하며 건네면 달콤한 맛에 외국인도 좋아한다.
여름철에는 모기퇴치용품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경우는 특히 필요하다. 숙소안에는 모기가 없었지만 혹시나해서 입구쪽에 전자모기향을 피워두었다. 공원에서 노는 경우는 벌레퇴치제를 뿌려주는 게 좋다. 숙소 근처 공원에서 놀다가 모기에 물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빅토리아 국립공원을 걷다가 모기에 여러번 물렸는데, 한국과는 다르게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가려워 고생을 했다. 무턱대고 긁었더니 갈색 딱정이가 생기기도 했다. 안되겠다싶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약을 발랐더니 한결 가려움이 덜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물통을 챙겨오지 않았다. 그래서 샬럿타운의 월마트에서 물통을 하나씩 구매했다. 여름 여행을 위해서는 물통이 필수다. 목이 마르면 상점에서 물을 구매해도 되지만, 근처 상점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한국보다 해의 위치가 낮기 때문에 낮에 눈이 부시다. 그래서 썬글라스가 있으면 좋다. 하지만 나는 안경쓰는 걸 싫어해서 참고 그냥 걸어다녔다. 작은 아이는 샬럿타운에 도착해서 썬글라스를 구매했고, 큰 아이는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사지 않았다. 썬글라스는 월마트, 슈퍼, 기념품가게에서도 판매하고 있어서 관광하는 도중에 자주 볼 수 있다. 다만 원하는 디자인이 없을 수 있으니 한국에서 구매하여 가져와도 좋을 것 같다.
샬럿타운에서 3주간 머무는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낮에 가볍게 두어시간 흩뿌리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법 비처럼 세차게 내린 적은 한 번뿐이다. 비가 오는 날은 크록스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운동화는 젖을 수 있고, 장화까지 챙겨오기에는 짐이 많아진다. 크록스같이 생긴 신발 한 켤레면 비행기 안에서 슬리퍼 용도로도, 비오는날 장화 용도로도, 해변에서 워터슈즈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해서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누룽지를 추천한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그 누룽지이다. 이곳에서 쌀을 구매해서 밥을 지어먹어도 되지만, 한국쌀을 구하기 어렵고 냄비로 밥을 해야해서 번거롭다. 누룽지는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밥처럼 먹을 수 있어서 편하다. 물론 밥과는 식감이 다르지만, 물의 양을 조절하면 그런데로 먹을만하다. 스프처럼 끓여서 퓨전이라 주장하며 이곳 음식에 곁들여 먹기도 했다. 가끔은 오독오독 그냥 먹기도 하고, 여러모로 유용했다.
아, 그러고보니 실수로 챙겨오지 않은 것이 있다. 아이들 상처에 붙여주는 습윤밴드인데, 집에 상비용으로 구매해둔 양이 여러장 있었다. 그래서 약국에서 한 장만 구매를 했는데, 추가로 챙겨오질 못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넘어지는 일이 없었던 첫째 아이가 캐나다 샬럿타운에 와서는 두 번이나 넘어졌다. 한번은 가볍게, 한번은 꽤 심하게. 두번째 넘어졌을 때는 바지 무릎에 구멍이 나고 팔꿈치가 꽤 많이 벗겨졌다. 습윤밴드를 붙여주었는데 좀더 넉넉하게 자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딱 맞게 아껴서 잘라야했다.
아이들과의 해외여행에는 챙겨야 하는 물건이 참 많다. 성인 한 명이 챙기는 물건보다, 아이 한명을 위해 챙겨야 하는 물건이 더 많기도 하다. 다음 여행을 위해 딱 한가지만 챙겨야 한다면, 나는 꼭 젓가락을 챙겨 갈것이다. 그것도 쇠젓가락으로! 젓가락통에 넣어서 음식점에 갈때도 가지고 다니면 젓가락 사랑이 너무 지나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