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장미꽃이 한 송이냐는 질문

첫번째 방법 - 추억하다

by 새벽뜰

난 연애를 결코 많이 해 본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 누구를 소개해주기 부담스러워하는 편이 맞았다. 대신 한 번 만나면 좀 오래 만나는 타입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사소한 기억이나 흘러갈 법도 한 무심한 사건들도 너무 분명하게 머릿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부러 꺼내보는 일 따위 이젠 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고 빛바랜 사진처럼 이따금씩 꺼내보게 되는 건, 아마도 추억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때문이겠지.


그와의 만남을 떠올리면 , 내 기억 속에서 딱 한 가지 유치해서 웃음이 나는 이야기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너무 철이 없었던 탓이었고 그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었기 때문에 부각된 기억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언젠가 그가 나에게 아주 붉은색 장미꽃을 딱 한 송이만 사다 준 적이 있었다. 물론 , 한 송이만 사다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만 내가 좀 서글펐던 건 그의 반응이었고 그의 태도였으며 그의 말투였다. 더 싫었던 건, 바로 , 나의 마음이었고.



왜 장미꽃이 한 송이야?
여러 가지 많이 보는 것 같더니?


그 당시 거리에 꽃을 한가득 실어다 놓고 파는 상인이 있었는데 그가 꽃 고르는 모습을 꽤 오래 봤던 난 궁금했었다. 분명 꽃을 한 아름 포장하려던 손이었는데 왜 마지막 선택은 달랑 한 송이었을까, 난 사실 이유를 어느 정도 가늠은 하고 있었으므로 담담하려고 했었지만 돌아온 그의 대답이 너무 엉뚱하고 유치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솔직히 허세를 부리는 것에 화가 났던 것도 같다.


딱, 한송이니까. 특별해 보이잖아.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 그래서 솔직할 수가 없었을 테지만 마냥 멋있게만 보이려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궤변처럼 늘어놓는 그에게 난 사실 많이 실망을 했었다.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 하는, 한창 힘든 시절을 보내던 중이었고 ,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나도 그땐 많이 어렸을 때라 마음의 폭이 넓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한송이뿐인 장미가 난 초라했다. 웃으며 고맙다 받긴 했지만 하루 종일 그 꽃을 자랑처럼 손에서 놓지 않고 들고 다니며 행복은 했지만 내 마음속 한구석은 왜 겨우 한송이뿐인지 , 왜 그는 갑자기 이리도 빈털터리처럼 구는지. 나의 20대는 그랬다. 화려했으면 싶었고 멋있길 바랐다. 더 나쁜 건 아마도 내쪽이었지 싶다. 그는 나에게 낭만을 선물해주려는 노력을 했지만 나는 쓸쓸함을 감추려 행복한 척했다.

나의 마음을 그에게 전하지 않았다는 게, 아직도 , 아주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마냥 행복했고 좋았던 나라고 그가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나도 고작 장미꽃 한 송이로 마음이 초라해지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그럴 수밖에 없는 20대 후반의 남자에게 실망과 부끄러움을 느끼던 철없는 여자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이 , 인정하긴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를 좋아했으면서 부족한 모습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고작 장미꽃 한 송이,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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