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걸 배우며 힐링

천연 수분크림, 입욕제, 율마 가지치기

by 조이스랑

새로운 걸 배우면 힐링이 되지 않을까. 집 근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스트레스 없는 힐링 프로그램을 골랐다. 내가 고른 것은 비대면으로 천연 수분크림과 입욕제를 만드는 것이다. 투자라고 할 것도 없지만 만원을 내고 기관을 방문해 키트를 받아왔다. 작은 상자에 정체 모를 가루와 손톱만큼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오일, 그리고 약병에 담긴 오일이 있다. 이걸로 수분크림을 만든다고? 뭔지 전혀 감을 못 잡겠다. 수업하는 날 주방에서 볼 두 개와 비닐장갑, 종이컵을 준비했다. 정체불명의 가루는 입욕제 재료가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이라니, 만들기 어렵지 않았다. 장갑을 끼고 볼에 가루를 넣는다. 색깔 있는 오일을 넣고 잘 섞어준다. 뭉치지 말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공기 중에서 건조하면 끝, 완성이다.

만들면서 보니 아주 오래전 딸아이가 학교에서 만들어왔던 것, 비누인 줄 알았던 가루와 어째 모양이 같다. 그때 아무리 주물럭 거려도 안 뭉쳐지더니 이게 공기 중에서 말려야 해서 그런 것이었다. 가만히 두면 마르는 것이었는데, 비누처럼 쓰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버렸었다. 몰라서 그런 거다. 알았으면 욕조에 넣어 보글보글 소리 내며 녹는 맛에, 허브 향에 기분 좋은 시간이었을 텐데.... 이거 뭐야? 어떻게 만들었는데 순 가루만 날리고 비누 같이 뭉쳐지지도 않아? 그러고 버렸다.

강사의 안내를 따라 손으로 섞으면서 주물럭거린다. 아이가 점토 놀이하듯 즐겁다. 거실을 가득 채우는 향긋한 향, 은은하다. 기분 좋게 하는 향이다. 만들고 나니 역시 입욕제라 불릴만한 하겠구나, 이렇게 기분 좋으니 힐링 프로그램이구나 공감이 된다. 천연 오일만 있으면 언제든지 혼자 만들 수 있겠다. 하지만 혼자는 말고 다음에 마을 프로그램으로 하기 딱 좋겠다. 내가 만든 입욕제를 욕조에 넣고 푹 쉴 수 있다는 것,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세수를 하고 나면 자주 까먹는다. 얼굴에 수분 크림이라도 발라야 하는데, 피부가 땅길 때쯤 되면 이미 늦었다. 진즉 발랐어야 하는데.... 그때서야 크림 찾는다. 이게 나다. 얼굴에 큰 주름이 생겨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 날 거울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머, 이거 팔자 주름이 언제 이렇게 더 늘었지? 내 팔자야. 내 팔자. 미모에 관심 없는 내 팔자.

팔자를 바꿔야 산다. 내 피부가 산다. 알로에 젤을 재료로 천연 수분크림 만드는 시간이 좋았다. 키트로 받은 모든 재료를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만 원을 투자해 한 시간도 안 걸려 입욕제와 크림을 만들었다. 녀석들에게 말을 건다. 고맙다. 크림, 너! 냉장고가 아니라 이제 식탁에 오르도록 해줄게. 쌓아놓은 책 옆에 천연 수분크림을 올려놓는다. 매일 책을 읽으니 이제 수분크림도 챙겨서 바를 수 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비대면 학습, 새로운 걸 배우고 나니 힐링하기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 머릿속 신경세포들이 우왕좌왕하면서도 막 길을 찾아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한 번 좋았던 경험은 계속 가지를 뻗어나간다. 다음에는 율마 가지치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율마라 생각만 해도 허브향이 좋다. 율마를 쓰다듬으며 내 마음을 어루만져줘야겠다. 필요 없는 가지 자르는 것처럼 필요 없는 잡념을 같이 잘라줄 것이다. 율마를 만날 날이 설레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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