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

by 조이스랑

1박 2일 가족여행


마당발 올케가 통영 이순신 학교에 대한 정보를 준 건 코로나로 전국 여행이 얼어붙은 시기였다. 통영이라... 한 번도 그렇게 먼 곳까지 가족끼리 여행한 적이 없었다. 직장 일로 날마다 바쁜 남편과 코로나 방콕을 즐기는 큰 아이는 관심이 없을 테고 졸라도 되지 않을 게 뻔했다. 2인 이상이어야 하니 초등 6학년인 둘째를 대동하는 수밖에 없다. 떠나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뒤늦게 정보를 접한 나에게도 이순신 학교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주중에는 여행객이 적어서였다. 거센 동해 바다의 파도를 바라보며 돌풍 불던 내 마음이 잔잔해진 적이 있었다. 물소리, 바다 내음, 일상과는 다른 대자연을 마주하며 떨어져 간 잡념. 비바람 불던 날 새벽 일찍 떠난 당일치기 기차 여행이었지만 떠날 때와 돌아올 때 나는 달랐다. 자연이 처방한 힐링 약은 오랫동안 '또 가고 싶다'는 기대감과 설렘을 주었다. 남해 바다라니, 아이 핑계를 대서라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통영 여행은 영화 ‘명량’ 못지않았다. 탐방 미션을 하나하나 해낼 때마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나라사랑에 놀라고 말았다. 충신 중 충신 이순신 장군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모든 여행지에서 얼마나 그에게 감사했던가. 여행 한 번으로 통영 팬이 되었다. 이순신 '학교'가 맞았다! 충렬사, 삼도수군 통제영, 세병관, 케이블카, 제승당 다녀오는 선편까지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따라 감동, 감탄하며 다녀왔다. 통영 시내를 걷고 또 걸었다. 다리는 아팠지만 첫날 서먹하던 길이 둘째 날 되니 대충 파악이 될 만큼 작은 도시였다. ‘코로나 덕분에 이런 여행도 해보는구나.’ 늘 단체로만 행해지던 게 개별 자유여행이 되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마을 만들기로 잘 알려진 동피랑 마을, 마을활동가들이 몇 년 전 다녀온 적 있지만, 그때 나는 참석하지 못했었다. 통영을 깊이 들여다 보지 못했으니 이순신, 한산도, 충렬사는 그냥 무덤덤한 지식 한조각일 뿐이었다. 세종대왕에 이어 많은 이들이 존경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 속 인물. 나 역시 존경한다. 하지만 동피랑 마을이 통영에 있다는 것도 그 유명한 박경리, 윤이상, 김춘수 모두 통영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순신 학교 덕분이다. 두 발로 시내를 걸어다니다 우연히 기념관을 보고 들렀더니 이름난 소설가, 음악가, 시인이 있었다. 통영 앞바다에 펼쳐진 섬들을 보고 이런 곳에서 시인이 안 나오면 이상하지 않겠나 싶을 만큼 감탄했는데 말이다. 누구라도 통영에서 살면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시인의 마음이 되고, 상상과 창작 속에서 마음껏 음표와 글이 춤을 출 것만 같았다. 누구라도 통영을 빼앗겠다 하면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교회에 나가지 않은 지 한참인데 내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강물과 바다와 섬들아, 모두 주를 찬양하여라.'라는 가스펠이 생각나 깜짝 놀랄만큼 자연은 그 자체로 신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뭐라도 밥벌이가 가능하면 여기서 나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그런 이루어지지도 않을 상념이 스쳐갔던 곳이다.


올해도 뒤늦게 정보를 알아 이미 예약자가 많았다. 주말 프로그램은 이용하지 못하지만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주중은 가능하다고 하니, 아이가 아직 중학교 1학년이고 자유 학년제라 금요일 하루 현장 체험을 신청하기로 했다. 단연 최고의 현장체험이다. 이순신 장군 만나러 가니까. 2020년 11월 어느 날처럼 2021년 9월 우리는 수원에서 첫 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출발했다! 두 번째로 이용하는 지자체 문화프로그램이다. 이순신 장군을 만나러 한산도 제승당 가는 길, 아기자기하게 잘 다듬어진 그 길을 걸으며 꼭 다시 통영에 와야지 했는데... 올해는 남편도 같이 가는 가족여행이다. 또다시 이순신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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