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엇갈리는 맛집
생각보다 일찍 서호시장에 도착했다. 작년에 일부러 찾아가 먹었던 서호시장의 맛집 메뉴 해물뚝배기는 올해 먹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맛이 없었으니까. 좋은 기억이 없었으니까. 맛집 손님은 우리뿐이었으니까. 맛집이라 책에서 소개받고 갔는데 그렇게 맛나지는 않았다. 실망을 가득한 채 맛집을 나섰던 기억이 있었다.
서호 시장의 또 다른 맛집, 충무김밥집. 작년에 해물뚝배기에 이어 우연히 들렀던 곳이 맛집이 있었다. 해물뚝배기는 실망했지만 충무김밥은 감탄하면서 먹었던 맛집이라 그 집에 다시 가서 충무김밥을 먹기로 했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원조요 온통 맛집 간판이라 비슷한 간판 사이에서 작년에 먹었던 김밥집을 찾아냈다. 아이가 식당 구조를 보면 안다더니 딱 맞췄다. 그 맛집에서 작년에는 충무김밥과 해물라면을 참 맛있게 먹었었다.
지난해 맛있게 먹었으니 당연히 해물라면을 먹을 줄 알았는데 아이는 싫단다. 자기 스케줄상 라면은 저녁 메뉴에 야식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하루 두 번이나 라면을 먹기에는 눈치가 보였는지 알아서 안 먹겠단다. 작년처럼 맛있겠지? 기대하며 둘이 똑같이 충무김밥을 주문했다. 어라. 작년과는 맛이 달랐다. 어찌 된 건가. 작년에 참 맛있었는데... 점심시간인데도 매장 안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 집도 한 물 간 건가? 맛집 맞나? 그렇게 맛나지 않은 것 같은데? 김밥을 다 먹고도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식당 안에 조금 더 머물렀다. 그랬더니 아줌마가 눈치를 주신다. 아... 이 집도 다음에는 오지 말아야지. 충전하다 말고 아이랑 가게를 나섰다. 참 이상한 게 먹고 나면 다른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바글바글 많은 집 말이다. 저기서 먹었어야 했는데.... 아쉽지만 더 먹을 배는 없다. 다음엔 맛집이고 뭐고 무조건 사람 바글바글한 집에 들어가야겠다.
아이가 주도하는 탐방길
나는 길치이지만 아이는 길에 관해서라면 도사급이다. 아이에게 모든 걸 맡겼더니 갈래길도 참 잘 알아서 척척 안내한다. 내 머리는 텅 비었어도 아이만 믿고 따라가니 금세 시립박물관 도착이다. 문득 아이가 나중에 크면 보조 여행안내자 정도의 직업은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욕심을 낸다면 해설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임기응변에는 능하지 못하니 사람 상대야 어렵겠지만, 길 눈 어둔 사람들 안내는 참 잘할 것 같다.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지만 나중에 아스퍼거 청소년 진로 교육 때 강사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단체 여행 중 자유여행 시간이 주어질 때 가이드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팀을 이끌고 자유 여행 중 짧은 코스는 얼마든지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죽어도 가이드는 있어야 한다는 팀 정도는 우리 아이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서피랑, 동피랑, 디피랑 점점 통영 마을 이름이 익숙해진다. 지난 여행 때는 다리가 아파서 오르지 못했던 서포루가 올해도 눈에 보인다. 충렬사 가는 마을 골목에 촘촘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아이가 구시렁 대기 시작한다. 맞다. 아이가 짠 루트에서 아이 일정에서 이탈한 것이다. 잠깐만 올라가 보자고, 여행은 이렇게 일정에 없는 것도 생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최대한 아이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했다. 계단이 많긴 하다. 중간쯤 벤치에 앉아 쉬어가자고 했다.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가방 지킬래? 나 혼자 갔다 와도 돼.”
“그럼, 엄마만 갔다 와. 나는 가방 지킬래.”
아이를 두고 서포루에 올라가는 길, 나는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속이 시원한 스타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 의견을 따라 여행을 했겠지만 나는 지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이다. 시내 한 복판을 내려다봤다. 내가 걸어왔던 서호시장과 언덕길,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아래에서는 엄청 높은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그렇게 높은 곳은 아니다. 내 인생도 이렇게 한 번 멀리서 바라보면 훨씬 넓은 시야로 감탄할 수 있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멋질 수도 있다. 뚱딴지같은 상념이지만 그런 시야가 죽을 때나 돼서야 얻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나온 길이 이렇게 사랑스러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눈감을 때 감사할 수 있으면 후회 없이 감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언덕 위에서 양팔을 하늘로 높이 들어 저만치 떨어져 있는 아이에게 손짓을 했다. 아이 이름을 불러본다. 손짓하는 엄마가 멋져 보였나? 나를 보더니 처음에는 안 가겠다던 아이가 자신도 갔다 오겠다 한다.
“엄마가 가방 지켜.”
혼자서 서포루에 잰 달음으로 금세 뛰어갔다 내려왔다. 나보다 훨씬 빠른 발걸음이다. 서포루에서 쪼르르 길을 따라 내려가니 충렬사다. 한창 보수 중이다. 작년에는 깃발 꽂고 여행하는 팀이 중간중간 보였는데 올해는 우리 말고 안 보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이순신 장군이다. 충렬사에서 세병관을 가려면 내려왔던 언덕을 다시 올라야 한다.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니 등에서 땀이 난다. 작년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왔지만 늦은 9월이라 덥지 않을 줄 알았다. 나는 긴 팔, 아이는 반 팔. 아이가 덥다며 또 운전 못하는 엄마를 타박하기 시작한다.
“음료라도 마실까? 카페가 안 보이네.”
아이의 타박이 금세 멈췄다. 다행이다.
작년의 오류는 반복하지 않으면서 이번엔 직진 코스를 잡았다. 아이 덕택이다. 길을 내려가며 생각한다. 박경리 생가는 어디 있는 걸까. 궁금해 한 번 다녀오고 싶지만 올해도 그냥 지나친다. 통영문화원, 통영공민고등학교 길을 따라 쭉 내려오니 세병관이다. 언제 그렇게 꿀빵 맛집이 생겼는지 서로 시선을 잡느라 알록달록 경쟁이다. 세병관 옆 작은 건물에서는 유료 VR을 상영한다. 글 읽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통영 역사라도 알아보라고 짧은 영상을 보여줬는데 작년에 봤으니 올해는 안 보기로 했다.
삼도수군 통제영, 세병관에 들어서니 역시 이곳도 길을 보수하는 중이다. 지금이 문화재 보수하는 시기인지 가는 곳마다 재단장 중이다. 단숨에 세병관에 올라 마루에 걸터앉았다. 서포루만큼은 아니지만 멀리 바다가 보이고 바람이 참 시원하다. 마루를 안 닦았나? 바람 때문인가? 생각보다 흙먼지가 꽤 쌓여있다. 아이는 마루에 올라오지 않고 상반신만 마루에 걸친 채 그대로 누워 핸드폰을 한다. 나도 다리가 슬슬 아프다. 누울까. 리넨 재질의 옷이 더러워질까 고민하다 그냥 앉았다. 작년에는 해설해주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내 질문에 답변도 척척해주셨는데....
문화재청 홈페이지(http://www.cha.go.kr)에 의하면 통제영이란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통할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진을 말한다. 선조 26년(1593)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한산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다. 지금의 통영시 관내에 통제영을 짓기 시작한 것은 선조 36년(1603) 때의 일이다. 제6대 이경준 통제사가 이곳에 터를 닦고 2년 뒤인 선조 38년(1605)에 세병관, 백화당, 정해정 등을 세웠다. 이곳은 고종 32년(1895) 각 도의 병영과 수영이 없어질 때까지 292년간 그대로 유지하다가 일제강점기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의해 세병관을 제외한 많은 건물이 사라졌다. 당시 건물 중 남아있는 것은 세병관뿐이나 최근 관공서와 주택이 있던 통제영터를 일부 정비 복원하였다.
올해도 해설사로 보이는 분이 있긴 한데, 생활 한복 차림에 그냥 세병관 마루를 왔다 갔다만 한다. 모두 한자라 전혀 모르겠다. 작년에 들었던 건 생각나지 않는다. 설명을 들었을 때는 참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렇게 순간 왔다 사라졌지만 마음에 남아 있는 건 좋았다는 느낌이다. 알아야 감동한다. 나에게 있어 감동이란 지식과 동반하는 앎을 통해 완성된다. 다시 한자와 그림에 관해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드나 보다. 나의 감동이 아이와 같을 수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닫고 아이의 감동을 생각해본다. 여기서 햄버거 먹으면 대박 감동할 것이다. 세병관 하면 떠오르는 게 어쩌면 엄마랑 먹었던 햄버거일 수도 있다. 마루에 누워 쉬는 아이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 이거 보자, 저거 보자 하는 대신 나도 아이 따라 세병관 마루에 누웠다. 눕자마자 일 이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경고장이 날아온다.
“여기는 누워계시면 안 됩니다.”
그래, 맞다. 여기가 어딘데. 이순신 장군이 목숨 걸고 지킨 통영. 장군을 기리는 세병관 아닌가. 내 기억 속에서 맘 편히 누울 수 있었던 곳, 여행지에서 아픈 다리를 맘 놓고 쉬다가 또다시 구경해도 괜찮았던 곳, 큰 대자는 아니지만 눈치 보지 않고 누울 수 있었던 곳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누워서 천정의 그림을 감상해도 좋았다. 감히 누울 건 생각도 못했는데, 많은 여행자들이 벤치에 편안하게 누워 쉬면서 천정의 그림을 보았다. 그때 나도 얼떨결에 여행자들 사이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누워 멋진 그림을 감상하니 다리도 힐링, 눈도 힐링이었다.
세병관도 오래된 그림들이 천정에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고개를 높이 들어서 봐야지 누우면 안 되는 곳이다. 더 오래 있고 싶지만 여기서 누우면 안 된다. 몸은 쉬고 싶다고 야단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시립박물관에서 보았던 12 공방을 뒤로하고, 아이와 같이 세병관을 나섰다.
피곤할 때는 달달한 게 최고지. 아까 보았던 꿀빵이 손짓을 한다. 꿀빵 시식을 하고 나니 안 살 수가 없다. 근처 아기자기한 카페에 들어가 라테 한 잔, 아이는 망고에이드를 마시면서 쉬었다. 우리 집도 이렇게 꾸며 놓으면 사시사철 근사 할 텐데.... 흰 벽에 손 글씨로 그려진 힐링 문구와 자연스러운 꽃이 괜찮아 보인다. 통영에만 있는 카페인가? 프랜차이즈인가? 커피값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 갑자기 궁금하다. 통영 이순신 학교 미션은 이제 제승당과 디피랑만 남았다. 디피랑은 저녁 프로그램이라 아직 시간이 꽤 남는다. 카페에 있어도 어차피 핸드폰이라 아이랑 호텔에 다녀오는 게 낫겠다.
“시간이 많이 남았네. 호텔 다녀올까? 짐도 내려놓고 쉬었다 나오면 어때? 통통배가 지나가는 통영 바다가 그렇게 멋질 수 없으니까. 바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빠도 저녁에나 되어서 오시니까 그때까지 쉬었다 나오자.”
“호텔? 너무 좋지! 이번에도 오션뷰면 좋겠네. 좋은 호텔 가서 푹 쉬고 놀다 나오자.”
이미 호텔 좋은 맛을 봤으니 아이도 찬성이다.
"여기가 중앙시장이라 돈암동 스탠포드 호텔로 가는 버스는 많아. 백 번대로 시작하는 걸 타면 돼."
아이가 자신 있게 말한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버스가 온다.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아 달리는 아이, 행선지를 확인하고 버스에 올랐다. 작년에는 그렇게 먼 것 같았는데 금세 종점 도착이다. 아이와 종알대며 호텔 언덕길을 오르니, 멋진 호텔 앞에 어울리지 않는 후미진 길의 연속이다. 그래도 호텔은 좋으니까. 우리처럼 버스 타고 호텔 오는 사람은 드물 거다.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 문을 열었다. 오션뷰이길 바랬는데 역시다. 참 좋다. 그런데 약간 뷰가 차이가 난다. 왜 그런가 했더니 아이 말에 답이 있다.
“엄마, 우리처럼 이순신 학교 참가하는 사람은 다 좋은 방 배정해 주었을 거야. 작년엔 14층이었는데 올해는 7층이네.”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아이는 층까지 기억한다. 층고가 높아서 작년에는 통영 먼바다의 섬들이 켜켜이 쌓여 더 멋지게 보였던 거다. 어쩌면 그렇게 한 번 본 건물과 길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는 걸까? 아이의 뇌 구조 어딘가에 길에 관해서만큼은 굵은 해마가 광속도로 연결되어 있나보다.
작년보다 낮은 층이라도 좋다. 바다를 바라보니 역시 통영이다. 뱃고동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여객선도 보인다. 어머니도 오셨으면 참 좋았을 걸.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 통영 여행은 풍광 좋아하는 어머니가 하시면 좋겠다. 얼마 전 추석 때 뵈니 모든 뼈마디가 다 아프다고 하셨다. 얼굴이 반쪽 되신 어머니를 보니 차마 여행 가시자고 할 수가 없었다. 관절만 괜찮았어도 이번에 같이 오시자 할 수 있었는데미션이 있는 이런 여행은 많이 걸어야 한다. 무리가 될 테이니 어쩔 수 없다. 미션 없이 쉴 수 있는 여행이라면 모르지만...
호텔에서 TV를 보고 핸드폰을 하며 쉬었더니 시간이 금방이다. 남편이 통영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단다. 더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가볍게 바람막이 옷과 물통만 챙겼다. 중앙시장에서 만날까 하다 서호시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호시장 근처 맛집 짬뽕집에 가려고 말이다. 점심 때 경험을 벌써 잊고 또 맛집 검색이다. 아이도 짬뽕 좋다고 찬성한다. 최고의 맛집이라고 해서 마음이 혹해 남편에게 짬뽕집 주소를 다 링크해서 보냈는데... 아니다. 블로그를 차근차근 다 읽어보니 평이 다 엇갈린다. 맨 처음 뜨는 후기는 최고의 맛집으로, 뒤로 갈수록 줄 서서 먹을 만한 맛은 아니라고 냉정한 평가가 많다. 다른 메뉴로 바꾸고 싶어도 이제 힘들다. 이미 아이의 마음은 굳혔다. 해물짬뽕을 먹고 싶단다. 그렇다. 한 번 결정 난 걸 되돌리려면 또다시 힘든 감정싸움을 해야 한다. 아이랑 싸우느니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
해물짬뽕 메뉴를 바꿀 수 없으니 이럴 때 현지인이 최고 정보통이다. 현지인한테 묻는 게 낫다. 아까 점심때 서호시장에서 꼴뚜기 샀던 집에 들렀다. 해물짬뽕은 어디가 맛있는지 물었다. 정보를 줄 줄 알았는데.... 아니다. 자기네들은 짬뽕집 잘 안 간다고... 아마 다 같이 장사하는 사람인데 어떤 집을 콕 집어 맛집이라고 말하기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고민하다 그냥 맛집 옆 또 다른 TV에 나왔다는 짬뽕집에 들어갔다. 내가 너무 달달한 꿀빵을 먹어서 그런가. 짬뽕 좋아하는 나도 이 집 짬뽕이 그리 맛있는 줄은 모르겠다. 진한 후추 냄새만 그렇게 날 수 없다. 나는 야채만 골라먹는데 배고픈 남편과 아이는 참 잘 먹는다! 우리 동네 짬뽕과 탕수육이 더 맛있는데... 나만 중얼중얼. 아이와 남편은 밥까지 말아먹는다. 잘 먹으면 됐네, 됐어. 알고 보니 서호시장은 일찍 문을 닫는 시장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 문을 닫나 보다. 반면 중앙시장은 늦게까지 영업이 한창이다. 역시 뒤늦은 깨달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호시장에서 만날 게 아니라 중앙시장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면 되었는데... 중앙시장에서 디피랑이 더 가까우니 많이 걸을 필요도 없는데... 두 번째 여행도 가이드 없는 초보여행이라 정보에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제승당에 다녀오다 서호시장에 또 들렀다. 서호시장 맛집! 책도 아니고 블로그도 아닌 시장을 돌아다니다 찾아낸 맛집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다. 찾아낸 방법은 시장 사람이, 통영 현지인이 수다 떨며 먹는 걸 보고 들어가서 맛있냐고 물었다. 무식한 방법이긴 하다. 맛있게 먹는 사람에게 여기 맛있어요? 하고 물어보는 격이니 누가 맛 없다고 하겠는가. 똑같이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먹는 곳이었는데 칼국수도 맛있고 충무김밥도 맛있다고 한다. 여자들 옆 테이블에는 섬에서 나온 할머니가 혼식중이다.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길만큼 푸짐한 식탁이다. 나는 팥칼국수, 다른 가족들은 멸치국수를 시켰다. 맛있어서 배부르다 하면서도 그 많은 걸 다 먹었다. 사진을 찍어 후기를 올릴까 하다 그만 뒀다. 우리만 맛집일수도 있으니까. 이 가게가 다음엔 없을 수도 있고 주인이 바뀔 수도 있으니 그냥 이번 여행 우리 입맛에만 맛집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