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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Feb 05. 2024

나만의 노동요가 있나요?

바쁘게 지내다보니 좀 푹 쉬고 싶어진다.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기는 싫다. 약간의 정보가 뇌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불편해진다.

그렇다고 적막 속에 가만히 있자니 너무 적적할 때,

조용히 음악을 틀고 드러누워있는게 힐링이 된다.



반대로 몸을 일으키고는 싶은데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기운이 나는 음악을 틀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한다.

노동요는 일을 즐겁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서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이다.(국어사전)

원래는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거나 노동시간에 다같이 힘을 내기 위해 부르는 것이지만,

요즘에는 꼭 부르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듣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노동요라는 것이 일상의 활력에 꽤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적막만이 감도는 환경 보다는 백색소음이 유용할 때가 있다.

백색소음은 음폭이 넓어 공해에 해당하지 않는 소음이다. 빗소리, 파도소리, 풀벌레 소리,

선풍기나 공기청정기 소리같은 저주파의 기계음이 이에 해당한다.

백색 소음이 실제로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백색 소음이 도움이 된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서 어느정도 이론이 뒷받침되었다.





예를들어, 여름에 해변가에서 텐트를 치고 있으면 

해풍에 쾌활한 기분이 들지만,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깊은 잠을 자게 된다고 한다.

파도소리에 숨겨져 있는 백색소음이 인간 뇌퐈의 알파파를 동조시켜

심신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좋은소음도있다? 백색소음 효과)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건 어떤가?

한 때 수험생들에게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여부로 논란이 된 적 있다.

내 생각엔 음악을 듣는다고 공부가 더 잘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집중 자체는 도움이 안될지 몰라도 일단 공부를 시작하게는 해준다.

음악이라도 들어야지 하면서 일단 시작을 해야 유지고 뭐고 될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든다.



같은 이유로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종종 음악을 듣게 되는데,

조용히 쉬고 싶은 땐 재즈. 잔잔하게 움직이고 싶을 때 발라드. 한껏 운동할 때 댄스 이런 식이다.

휴식이건 노동이건 그 시간에 음악을 트는 것으로 일의 색채가 짙어진다.



무엇보다 나의 노동요는 철저히 주관적인 취향에 맞춘다.

고급 취향과 싸구려 취향이 따로 있나?

카페에서 나올 것 같은 클래식 재즈 음악부터 음원사이트 순위에 걸린 최신 걸그룹 음악까지 대중이 없다.

그때 그때 기분에 맞춰 뿌리는 향수처럼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 놓고,

아무도 보지 않으니까 혼자 꿀렁거리면서 해야할 일을 한다.





음악이 주는 효과?


취향을 막론하고 음악의 효과는 크게 몇가지 인 것 같다.

첫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음악은 감정과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

긍정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느린 템포의 음악은 압박이 심한 작업 환경에서

코르티솔 수치를 낮춤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주변의 잡음을 줄여주고 동시에 잡생각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는 익숙한 음악을 듣다보면,

처음에는 따라부르기도 하고 집중해서 듣던 것이 점차 심리적으로 별로 의식하지 않게 된다.

음악이 배경 소음을 없애 잠재적인 방해 요소를 줄이고 보다 집중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고요함 속에 홀로 있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호감을 주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청각적으로 적막감을 해소해 준다.



마지막으로 음악은 지속적인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움직임을 리드미컬한 비트와 동기화하는 경향이 있다.

박자, 템포와 같은 리듬 요소가 활기찬 움직임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몇번 진행하다보면 음악감상을 통해 움직이게 해주는 루틴이 형성되는데,

특정 유형의 음악을 일과 연관시키면 조건화된 반응이 생성되고 노동요로 정착되기도 한다.





날씨도 꿀꿀하고 무기력하고 분명 할일은 있는데 아무 것도 하기싫은 어느날.

방학이라 집에 있는 딸이 보는 디즈니 영화에서 리듬감 있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언더더씨~ 언더더씨~ 아무도 우리를 쫓아내지 않아~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음악이 있고 없고가 주는 차이가 있다.

가재 세바스찬이 인어공주에게 불러주는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꿀렁꿀렁 조금씩 들썩이다 보면 기운이 난다.

이렇게 또 노래 하나가 나의 노동요 플레이리스트로 들어간다.



일상에서도 배경음악을 통해 삶의 맛을 좀 더 풍성하게 느끼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언더더씨~ 언더더씨~ 자, 이제 나도 바다를 나서는 인어처럼 힘차게 움직여볼까.

나만의 노동요 플레이리스트를 스피커에 틀어본다.

그리고는 천천히 느리게 음악을 타고 어슬렁거리다,

이내 빠져들어 나도 모르게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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