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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린 Dec 16. 2022

追憶

그대에게

그 시절 순수하게 사랑했던 내 모습이 가여워 잊지 못하는 것뿐이니 그대는 잊혀질 찰나의 순간뿐이라 여겨주시어요. 넘보지 못할 것을 탐하였고, 그것을 어린 마음에 연정이란 감정을 가슴에 품었으니 용서해주세요. 그저 어린 날에 저지른 과오입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요.

한창 찬란히 꽃단장을 하고 청춘을 누리며 웃어야 할 나이에, 하염없이 울고 아팠던 그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서러운 참이었죠.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한 제게 다가와 줬던 당신 덕에 지금의 제가 이리 어여쁘게 있는 것이라 믿어요. 여전히 저 자신을 피우지 못한 꺾인 꽃이라 여기지만, 소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당신 덕에 덜 울고, 또 더 웃었더라고. 행복을 잠시 꿈꾸었었다고.

제 육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어가고 있어요. 허나 제 마음과 정신은 그때 그 시절에 머물러 있지요. 당신과 헤어진 지 어언 2년이 지났건만, 저는 왜 이리도 당신과의 기억을 지우는 게 쉽지 않을까요. 아마 그대는 내게 다시 돌아온 그날, 다신 마주치지 말자는 그 말로 저와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었던 것이었더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내겐 아픔이자 상처였고, 그대에겐 그저 미안함 뿐인 아픈 기억이었죠. 이제는 수없이 되뇌며 어떤 잘못을 했기에 이리도 내게 가혹했던 것인지 헤아리고자 애쓰다 보니 제가 감히 사랑하려 했던 제가 못났던 탓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잊지 못한 채 고이 홀로 간직할 추억으로 남겨둘 테지만, 당신은 부디 전부 잊기를 바라요. 제 존재도, 저와의 그 시간도, 그대가 남겨둔 모든 약속들도 전부 지운 채 새로운 정인을 만나 부디 행복하세요. 그것이 당신에게 청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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