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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Dec 11. 2024

우리가 태어난 이유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끊임없이 해야 하는 질문

소설가 한강은 스웨덴 시각으로 저녁 2024년 12월 10일,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시적인 연설문을 통해 그녀의 담담한 용기를 나지막이 전했다. 아름다운 문장들 가운데, 나의 두 눈시울이 붉어진 대목은 바로 아래 문장이다.


"Ever since I was a child, I've wanted to know the reason we are born, the reason the suffering and love exist."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태어난 이유를 알고 싶었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해답의 방식은 '문학'이었던 것이며, 한강의 문학은 폭력에 반대하는 외침이자 그 이유임을 분명히 밝혔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과연 왜 사는지 질문이나 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영문도 알 수 없이 태어난 그 결과를 부둥켜안고 그저 숨을 붙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인가.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폭력에 대한 항거인 것인가, 아니면 폭력을 자행하는 것인가. 이 많은 질문들 속에서 여전히 '유레카'를 외치거나 기가막힌 해답은 찾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하고, 사랑하며, 고통받으면서 살아가는 게 과연 우리의 숙명인 것인가.


생각할 수조차 없는 계엄이라는 무시무시한 두 단어로 촉발된 매우 혼란한 정국. 사람들은 가슴속 깊이 묻어왔던 존재의 이유를 조금씩 용기 내어 꺼내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주고받는 것이 매우 당연한 지금 이 세상에서 그리고 나를 자랑하고 드러내는 것이 덕인 사회에서 사람들은 일상적인 계산을 모두 제쳐놓고 심장과도 같은 나라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희생과 용기를 내어 쉼 없이 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세상은 봉건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부르주아라는 계층형성까지, 역사전반에 걸쳐 소위 엘리트계층 또는 기득권이 형성되었다. 누군가를 군림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임을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인간은 지배층과 피지배층 구조가 부당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는 모순의 동물인 것이다.


이루어 놓은 것이 빼앗길까 또는 무너질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사람들은 용기 내어 나서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물질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룬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기엔 우습지만, 벌이활동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쉽게 용기 내어 나서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어떻게 보면 비겁하게 소리 내고 있는 미물에 불과하다. 원래부터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더더욱 타인의 접촉과 시선이 불쾌하고, 웃음소리는 역겨울 만큼 거북하다. 웃는 것도 사치이며, 왜 이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을 이유도 알 수 없는 고통 속에 몰아넣은 자들에 대해 여전히 관대한 것인가. 도대체 그 시스템이라는 것은 왜 그들의 안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설계된 것인가. 이 부적절함이 나를 매우 고통스럽게 한다.


며칠 전, '어른'의 고요한 외침과 당부를 들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경제력, 혹은 부를 앞세운 민주주의와 달리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삼은 매우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이며, 이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국민들이 대단하기 때문에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언제나 말을 아껴왔던 그 어른의 말은 기계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는 이 조직에 큰 울림을 주었다고 믿는다.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마지막 말을 듣자마다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사람들은 저마다 지금의 상황에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을 함께하는 이웃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을 보며, 사랑의 마음으로 위로한다. 이러한 이상한 굴레 속에서 과연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나아가 이 세상과 어떻게 작별할지 양심이라는 것과 타협을 할지 말지까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신 한강 작가님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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