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불면

늘 혼자 주절주절!@#$%? Part_2

by 지음 허투루
!@#$%?


잠들지 못한 밤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잠이 들면 정오가 한 참 지난 후에야 깨곤 했습니다. 10월의 밤은 춥습니다. 겨울 이불을 벌써 꺼내 덮고 잡니다. 일어나 보면 늘 이불은 매트릭스 밑에 떨어져 있고, 나는 모로 누워 이불을 향해 손을 뻗고 있습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내 팔뚝입니다. 불면이기보다 차라리 밤낮이 바뀐 것일 테지만, 자려고 누웠는데, 잠들지 못하고 자꾸 뒤척이는 건 매우 '불안'입니다. 이 비문이 마치 내 '불안'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 내버려 둡니다. 형상이 없으니, 불면의 이유도 마땅한 것이 없습니다. 자려고 할 때마다 기분의 색이 바뀌는 건 왜일까!


잠들기 전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행여 뒤숭숭해질까 봐. 자극적인 영화를 피하다 보니 조용한 음악 영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원스』는 적절했습니다. 보는 내내 졸음이 왔고, 잠깐 딴생각에 1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영화는 간단했습니다. 한 번은 따라 부르게 되는 꼼냥꼼냥한 영화. 이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한 줄 평입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애정도 무관심도 없는 딱 적당한 정도의 몰입과 환기. 볼륨을 낮추고 보면 잘 졸리게 하는 긍정적인 영화. 음소거가 아닌, 들릴락 말락 정도로 소리를 키우고 본 영화의 짧은 리뷰에 사운드 없이 무슨 재미로 그 영화를 보나, 심심한 댓글들. 어쩌다 보니, 영화 한 줄 평이 오늘의 불면을 끝낼 마지막 말이 되었습니다.


나흘 동안 이 한 줄 평을 위해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한 줄 평은 SNS에 올려 두었습니다. 밤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확인을 잘 않겠지, 하며 메모해 둘 겸 올린 글이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생각 외로 열댓 개의 덧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덧글도 늘 다는 사람만 답니다. 처음엔 자신도 그 영화를 보았다며, 동지애의 댓글과 내 한 줄 평이 무색할 만큼 영화 후기를 자세히 적어 놓고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적은 추상적인 단어만 골라 다시 패러디한 글도 있습니다. 자신이 이 문장이 주인인 듯, 내게 영화를 설명하고, 오히려 반응을 기대합니다. 지들끼리 모여 영화 비평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카페도, 도서관 세미나 장소 같은 곳이 아닌 내 '불안'에 둘러앉아 다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들 있습니다. 전혀 볼 생각이 없는데, 마치 예고편처럼 불안의 한 장면을 띄워 보냈습니다. 어느새 나는 모니터 빛을 덮고 그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줄 평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영화『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지금이 그때다. 자야 할……."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단 한 줄의 글에 쏟은 성의는 통찰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내 한 줄에 열 맞춰 통찰에 대한 통찰을 때론 성의로 때론 무성의로 내 밤을 헤집은 그들의 노력을 외면하지 못해던 것입니다.

그러든 말든 어쨌든 불면 자체가 꿈속인 것처럼 눈을 뜬 채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불안은 불면의 가면을 쓰고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려 했습니다. 그런 밤이 참 자연스럽게 사흘을 넘기다 보니, 책임이 생겨버렸습니다. 내 글에 단 댓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갑니다. 잠들지 못한 밤의 심심한 주전부리. 거 참, 이상하게 맛납니다.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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