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작가의 말(?) 들어가면서(?) 등등

『찌질해도 이유정도 있어』지음 허투루 2021~2022

by 지음 허투루
『찌질해도 이유정도 있어』 를 한 권의 책 분량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엮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종이책 혹은 E-book으로 재탄생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약할 수 없는다는 것이 참 슬프지만, 『찌질해도 이유정도 있어』는 연재를 마감하고 다른 드립으로 찾아오려 합니다.
브런치 북은 30편이 넘으면 안 되기에 1부 "주절주절" 2부 "구시렁구시렁"으로 나눠 브런치 북으로 먼저 선보이려고 합니다. 한 번이라도 가독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니까요…….

글쓰기가 내 삶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자 다짐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을 더듬어 떠올려 봅니다. 꿈은 컸지만 꿈을 이루는데, 결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과 쉽게 지치지 않을 거란 자존심이 갑북갑북. 그러나 지금은 거의 바닥이 보일 듯한 자존감을 겨우 지키고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실력 탓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문체나 필력이 아니라 진정성과 통찰력의 결핍 때문이 아닌가!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꾸준히 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간헐적으로 여러 글을 써오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팩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더욱 노력 하자.” 같은 다짐 따위는 위로나 격려, 경각심과 자극이 되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짜증과 열등감을 부추기는 꼴이었습니다. 열등감을 인정한다고 해서 열등감이 사라지지 않듯이 이미 나의 세계를 규명하는 세계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세계의 모험은 늘 외롭고 쓸쓸하지만, 포기할 만큼 고통스러운 건 아닙니다. 어쩌면 아직 고통스러운 것이 아닐 뿐이지, 곧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지요. 내 삶의 가능성은 긍정정인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경계를 늦추지 않을 뿐입니다.


염세주의적인 것 또한 열등감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입니다. “왜?”란 질문의 답에 어떤 효력을 저어하는 장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그게 왠지 무척 안심이 됩니다. 동기부여나 노력 따위를 고취시키지 못하게 하는 폐단일지라도 말입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는 건 폐단을 조금씩 무너뜨리며, 게으르고 염세적인 삶의 태도에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감히 위로나 격려, 혹은 경각과 자극 따위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당신이 내 글 속의 나보다 나은 존재가 되고, 자존감이나 냉소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이 ‘에세이’의 목적이라면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목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절실은 더러 부족합니다. 그래서 글이 때론 관념에 휩싸여 있다거나, 어떤 추상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내용 구체적이지 못한 이유도 찌질의 원인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묶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것도 책이 되나, 세상에서 가장 좋지 않은 책이란 평가는커녕 최악 중에 최악의 인쇄물의 불명예를 얻고, 존재를 매장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러더군요. 그 정도로 팔리지 않을 거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라고 말입니다. “세상은 말이야. 어느 한 개인에게 관심 따윈 없어”라고 말입니다. 팩트폭행, 촌철살인, 현자타임! 입꼬리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자조自嘲. 쓰디쓴 웃음이 왠지 위안이 됩니다.


지음 허투루 캐리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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