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욕망

늘 혼자 주절주절!@#$%?

by 지음 허투루
주절주절!@#$%?



일어나 보니 방바닥이었습니다. 이불은 소파 밑으로 말려들어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불을 다시 덮고 누워 잘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정오를 약 5분 정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서두름을 재촉할 만한, 오늘 일정을 다시 상기해야 할만 촉박의 여유가 이따금 감기는 눈꺼풀을 번쩍 추켜올렸습니다. 어릴 때 짓궂은 남자 애들이 여자 애들의 치마를 들어 올렸을 때의 수치와 치욕이 이러할랑가? 어쨌든 상쾌와는 거리가 먼 기분으로 같은 날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퇴사했다거나, 긴 휴가를 얻은 게 아니라서 그런지, 백수의 아침은 어떤 피로에 의해 잠식됩니다. 스스로 깎아내리기 전까진 프리랜서란 나의 자아는 어딘가 애매한 위치 선정을 공간 침투처럼 정곡을 향해 날아가는 말로 희화하곤 합니다.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더러 서점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아이패드를 꺼내 놓고, 유튜브를 보거나, 글을 쓰곤 했습니다. 코로나19는 모든 일을 잠정 연기시켜버렸습니다. 간헐적으로 들어오던 강의나, 리드문 청탁이 메말라 버렸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된 거 글을 좀 진득하게 써보는 게 어떨까!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어버린 지도 몇 달이 흘렀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재난지원금으로 하루하루를 넘기던 모든 날이 ‘작금(昨今)’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생활에서 그냥이란 말은 서글프기도 하고, 뭐가 뭔지 알 수 없기도 하며, 이따금 무욕의 공허에 휩싸인 외로움으로 일상을 울립니다. 한때 ‘외로움’이란 건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도록 절대적 시간 안으로 안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혹은 서너 밤이 조금 더 지날 때나 감당할 수 있는 인내지, 몇 달을 아무런 욕망도 없이 지낸다는 건 고통이죠. 욕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어떤 희미한 불안이 암처럼 자랍니다. 처음엔 아무런 증세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하게 될 고통은 무엇을 집어삼키는지 모를 불안으로 빠뜨립니다.


매번 잠에서 깰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이런 생각은 수면 자체에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밤늦도록 잠 못 이루는 이유가 이런 거라면 무언가 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쳐 보지만, 다그침은 또 불면을 쌓아올립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잊어버립니다. 기억은 그런 사소한 것 따윈 일일이 흡입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많은 날을 욕망 없이 흘려보내며 반복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냥’은 갈 곳 잃은 욕망이 스스로 욕망인지 잠시 잊고 지내는 휴식 같은 말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잖아, 되뇌며, 위로를 건네거나, 위로를 챙기는 처연한 상태와 첨예한 현실을 일컫습니다. 정말 소중해서 때로는 선물로 주고받고 싶습니다.


‘그냥' 괜찮다. '그냥!' 있자. '그냥' 놀자. '그냥' 그만하자. 처럼 '그냥' '그냥'이란 말을 읊조리며 또 다른 그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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