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첫 손님맞이, 가족 초대

Family Get-together

by 미루나무

우리가 미국에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에 전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에 터를 잡고 오래 살아온 남편의 고향 친구, 그리고 회사 동료 가족들. 그래서인지 우리는 미국에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곧바로 작은 가족 모임, 이른바 family get-together를 하게 되었다.


Family get-together는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다. 특별한 명절이 아니어도, 누군가 이사를 왔다거나 오랜만에 근황을 나누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잡히는 약속. 미국에서는 이런 가족 중심 모임이 꽤 중요한 문화처럼 느껴졌다. 친구를 만난다기보다, ‘그의 가족을 함께 만나는 것’이 기본 단위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뛰놀고, 어른들은 거실이나 뒷마당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알려진 사회이지만, 일상의 중심에는 여전히 가족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먼저 ‘애플 다니는 친구’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남편의 친구 가족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남편과는 30년 지기 동향 친구. 대학을 텍사스에서 다니며 미국으로 건너왔고, 지금은 산호세에서 일본인 아내와 귀여운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같은 미국이라지만 서부에서 텍사스까지 오는 일은 결코 가벼운 여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나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기뻐하며 온 가족이 휴가를 내어 우리를 찾아왔다.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 대학 시절의 추억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 텍사스로 향하게 했다고 했다.

이십 년이 훌쩍 넘는 미국 생활 덕분인지, 친구 가족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노하우가 제법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미국에서는 결국 네트워크가 거의 전부라는 것.


KakaoTalk_20260218_132422552.jpg 부랴부랴 남편과 준비한 손님상 - 보쌈과 새우감바스


겉으로 보기엔 합리적이고 공평해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실제로 그 안을 움직이는 힘은 ‘연대’라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학연, 지연 같은 연결고리. 한 사람이 한 공동체 안에서 신뢰받는 인물로 자리 잡으면, 그가 데려온 사람 역시 비교적 쉽게 신뢰를 얻는다. 이런 구조는 학교, 회사, 지역 공동체, 종교 모임 어디에서든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결국 빠르게 나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미국에서 자라온 1.5세대 교민의 시선이 반영된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과 국적이 뒤섞여 있는 이곳에서 누군가를 가장 빠르게 검증하는 방법은, 그 사람이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공정함’을 유난히 강조하는 사회다 보니 합격과 채용을 결정할 때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 반면 미국은, 어쩌면 낙하산이라 불릴 수도 있는 네트워크를 하나의 확실한 가점으로 인정하는 사회라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친구는 여러 번 강조했다. 지역에서 가능한 한 빨리 연결고리를 만들어두라고.


그가 미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의 일본인 아내와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이나 베트남에서 살던 시절에는 친정 부모님, 보모, 학원과 방과후 프로그램 등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선택지가 비교적 다양했다. 그러나 미국은 인건비가 높고, 집과 돌봄 장소 사이의 거리도 멀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아이들 돌봄이 안정된다면 나 역시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기에, 그 고민이 더욱 공감되었다.

KakaoTalk_20260218_131522782_02.jpg 뒷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첫 손님을 보내고 다음 날, 우리는 또 다른 동료 가족의 초대로 Round Rock이라는 동네를 찾았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동문 출신에 회사도 같고, 베트남에서 지냈던 경험까지 겹친 인연이다.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 한때 하노이에서 자주 왕래하며 지냈던 가족이다. 미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묘한 설렘이 있었다.


KakaoTalk_20260218_131522782.jpg 텍사스 바베큐를 맛보여준 담이네- 요리솜씨에 반해버렸다!

우리 가족은 중간에 한국에서 5년을 보내며 꽤 한국화되었지만, 그들은 베트남에서 이어진 해외 생활이 어느덧 십 년 가까이 되었다. 이제는 한국 생활이 오히려 더 낯설지도 모르겠다. 우리보다 3년 먼저 미국에 정착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이 초대가 참 고마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시선이었다. 한국에서 또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어떤 과목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곳에서는 아이의 진로와 사회성, 그리고 아이만의 고유한 강점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어떤 ‘유니크함’으로 아이가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어쩌면 더 큰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지런하고 살뜰한 살림 솜씨, 골프를 치며 스스로의 시간을 즐기는 그녀를 보며 ‘멋지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미국에 온 지 아직 겨우 3주 차. 이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혀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family get-together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의 삶을 조금씩 배워가는 소소한 즐거움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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