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루다는 일본어 '키리후다(きりふだ)'가 와전된 말로 추측된다. 카드놀이에서 으뜸패, 최후에 내놓는 비장의 카드를 의미하는 키리후다는 일상적인 용어로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야구 중계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게임의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가장 강력한 마무리 투수를 '다이다노 키리후다(だいだの きりふだ, 代打の 切札, 비장의 카드로 숨겨놓은 대타)'라 표현한다.
[출처] [김지룡의 놀자 일본어] <85> 키리후다(きりふだ,切札)|작성자 오국서주
얼마 전 끝이난 글쓰기 모임이 있다. 21일 간 매일 주제에 맞는 글을 올렸다. 그러니 나는 이 날,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될 글을 써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에피소드나 글이 없었다. 내가 잘 쓰는 글은 무엇일까... 그때 떠오른 것이 편지였다. '편지를 참 잘 적는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지만, 내가 쓴 글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친구의 답장으로나마 내가 쓴 글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나의 '기루다' 글을 여기 옮겨본다.
지수's birthday.
지수야, 내 흔적이 묻어있는 부다페스트에서 아직 짧은 시간 남짓이지만 살아보니 어때? 내 생각이 종종 나? 내가 걸었던 길, 탔던 트램, 물처럼 들이킨 드레허와 소프로니.. 그리고 토카이 와인까지. 지금 네가 민과 누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또 다행이다 싶은.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 같이 향유할 경험을 하나 더 추억할 수 있게 되어 나 진심으로 많이 기쁘다. 내 생일 편지 속 네가 날 보고 많이 질투했고 가끔 시기했다는 구절. 읽고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나쁠 겨를이 없었어. 이런 네 감정을 나한테 솔직하게 말하는, 아니 말할 수 있는 우리의 관계가 또 한 번 피부로 느껴졌어. 자기야 그만큼 견고해 우린.
네가 내린 선택과 내가 내린 그때의 결정이 달랐음도 새삼 느껴지고. 어쩌면, 네 시각으로 봤을 때는 내가 미울 수도 있겠다 싶었어 새삼. 근데 그럼에도 넌 나를 응원하네. 나를 1이라 불러주네 참 고맙게.
지수!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건 네 공이 참 크다. 늘 재고 따지고 또 실패의 쓴맛을 볼까 주저하던 나를. 네가 수를 생각하지 않고 오목을 두는 것처럼. 근데 항상 나와 민을 이겨서 빡치게 하는 것처럼ㅋㅋ. 일단 그냥 해보고자 하는 네 노빠꾸 마인드에 자극 씨게 받고 나도 변화하려 했다. 나도 너를. 너의 그런 점을 부러워하고 또 동경했나 봐.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일단 그냥 해본 것들이 성과를 내고. 성취감을 얻고. 또 그게 내 자신감으로 이어지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 있네. 지수 덕에. 아 눈물 나 ㅋㅋ.
격동의 시기. 7월. 나 참 많이 울고 힘들었는데.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던 시간이었어. 잃어버린 내 자신을 찾아오려 애썼다. 나를 많이 미워하고 또 사랑하고 참 많이도 애쓰고 아파했다. 데오도르처럼 인간이 느낄 감정은 다 느껴봤다. 지금은 나 혼자서도 행복해. 매일 애끓지 않고 안달복달하지 않는 지금. 내 삶이 너무 평온하고 안정돼. 나 계속 껍질 깨며 성장 중. 우리 자기도 헝가리에서 껍질 깨며 성장해 봐. 내가 지켜본다. 얼초 만들던 그때를 상기해. 더 멋있어져 올 자기의 모습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8,090km 떨어진 그대의 평온을 기대하며. 늘 안녕하길.
Happy Birthday My homie.
우린 아직 흑백 영화처럼 사랑하고, 언제라도 쉽고 빠르게 표현하고.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저의 생일을 축하하며 친구가 스캔해서 보내주었던 편지입니다. 저는 아직 그렇다 할 글이 없어서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떠올린 게 편지인데요, 편지를 쓸 땐 옆에 있어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득 담아 전해주잖아요. 저는, 지금이 최후의 순간은 아니지만, 이 편지 이후 상대와의 관계가 멈춰진다 했을 때 알리고 싶은 제 마음을 적거든요. 처음에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다가도 시작만 하면 이 얘기, 저 얘기하느라고 맥락 없이 술술 써 내려가요.
그리고 이게 저와 이 친구가 만든 규칙인데요, 생일 다가오면 다 같이 만나 술을 마십니다. 평소와 같이 술잔을 기울이다 취기가 오르면, 편지를 꺼내요. 이건 또 언젠가부터 시작된 우리만의 유행인데, 편지에 자신이 쓰며 들었던 노래, 혹은 들으며 읽었으면 하는 노래를 같이 적어요. 에어팟을 꺼내고 생일자의 귀에 꼽아요. 볼륨을 올립니다. 쿵쾅쿵쾅 심장이 빨리 울려요. 편지를 읽으면 그 감정이 격해져요. 생일자가 읽는 동안 한 사람은 그 모습을 촬영하고, 다른 한 사람은 케이크에 초를 꽂아요. 눈물이 퐁퐁. 다음날 보면 그렇게 멋진 글이 아니지만, 뭐 어때요. 그땐 이미 내 손을 떠난 편지인데. 기루다 글을 꺼내랬더니 기루다 전략을 내놓았네요.
그런데 처음으로 술 없이 읽었던 그녀의 편지. 오늘 또 읽은 이 편지가 참 좋아요. 내가 정확히 어떻게 썼길래 이런 편지로 답한 건지 궁금하고요. 내가 각오하고 썼을 못난 감정을 이해받아서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이 친구에게 연락해서 제가 적은 편지를 봤는데 그건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는 게 좋겠어요. 장황하고 어린 글이었거든요. 데오도르를 감히 이해한다고 생각했다니. 참, 데오도르는 영화 Her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입니다. 음, 그리고 제 편지의 주제가는 Lauv의 Steal the show였습니다. 혹시 제 편지가 궁금하시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시면 좋겠어요. 노래 한 구절 적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Summer night, perfect occasion
When I'm by, you know I'll be waitin'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