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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노 Oct 25. 2020

후회의 변증법

- 파스칼의 내기

신이 존재하지 않지만 신을 믿을 경우,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은 조금 손해이다. 일요일에 교회에 가야 하고 십일조도 내야 하니까. 신이 존재하고 신을 믿으면, 사후 천국에 갈 수 있다. 영원한 행복이며, 무한의 이득이다. 신이 존재하지 않고 신을 믿지 않으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하나도 없다. 그러나 신이 존재하는데 신을 믿지 않는다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셈할 수 없는 손해이다. 신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와 존재할 경우, 두 가지 중 후자의 확률이 희박하더라도, 기댓값의 측면에선 신을 믿는 것이 유리하며, 이득이다. 이것이 기독교 철학의 변증론 중에 하나인 파스칼의 내기이다.


가끔 수학문제 푸는 게 재미있다고 하는 희귀 생명체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부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 청소년들은 공부하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 이득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볼 일 없고 특별한 재능이 없이, 태어나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연봉 높은 좋은 직업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중학교 축구부 아이는 커서 박지성, 손흥민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세계적 선수는커녕, 한국 프로축구에서 좋은 연봉을 받고 선수로 뛸 확률도 매우 낮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대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기댓값의 측면에서 훨씬 나은 선택이다. 혹시 축구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것은 일종의 보험과 같다. 도중에 축구의 길에서 벗어나더라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인 학생의 삶으로도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이득이다. 잠깐의 재미없음을 참느냐, 마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바뀐다. 나이 들어서의 공부는 효율이 떨어진다. 부모님들은 그걸 알기에, 항상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시는 것이다.


불면증이 있다. 낮에는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다가도 잠자리에만 들려하면, 온갖 생각의 파도가 밀려온다. 그때, 그렇게 말하지 말 걸. 그렇게 행동하지 말 걸. 그때, 다른 행동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사람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진 않았을까. 나의 과거는 후회와 동일한 말이다. 항상 과거의 선택을 후회만 한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또 다른, 다중우주, 멀티유니버스가 있다면, 옳은 선택과 최선의 선택만을 한 그 우주에서의 나는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멍하니, 그 우주 속의 나를 상상해본다.


꿈에서 깨어나면, 남은 것은 공허함 뿐이다. 이루어지지 않았고, 존재하지 않은 일이었다. 가져본 적 없는데, 상실감만 획득했다. 처음부터의 가정이 잘못되었다. 다중우주는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우주가 존재하건, 존재하지 않든 간에 나는 그 우주의 내가 될 수 없다. 불필요한 상상, 무의미한 가정이었다. 과거를 돌릴 수도 수정할 수도 없는데, 처음부터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남은 것은 오로지 미래뿐이다. 내가 해야 될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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