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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노 Oct 12. 2020

모든 것의 목적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데에 있다

- 프로이트, 아들러 심리학

대한민국에는 심리이론 사대천왕이 있다. 첫 번째는 혈액형 성격론이다. 혈액형에 따라, 특정 유형의 성격을 지닌다고 한다. 선풍기 켜놓고 자면 산소부족으로 죽는다는 것과 비슷한 유사과학이지만, 과학보다는 신념이나, 종교에 가깝다. 일단 믿기 시작하면, 타인의 정보를 확증편향함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고 내 주변에 다 맞더라'라고 귀 닫고 주장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최근엔, 과거에 비해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혈액형 성격설 인기 하락의 이유는 MBTI의 대두 때문이다. MBTI성격론이 2020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포털사이트와 SNS의 메인을 차지하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혈액형 성격론의 자리를 모조리 차지했다. 혈액형 성격론의 성격 유형은 4가지였을 뿐이지만, MBTI는 16가지이다. 타고난 혈액형이 아닌, 설문검사를 통해 진행되니, 무언가 그럴싸하다. 과학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주지만, 당연하게도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내가 일주일에 1번 치킨을 시켜먹는다고 체크하면, 채식주의자가 아닌, 육식주의자라고 판별되는 식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성격유형을 이분법적으로 규정지을 수가 없다. 70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70억 개의 성격이 존재한다. 유전자 정보가 완전히 똑같은 일란성쌍둥이조차 성격이 같지 않다. 


혈액형 성격론도 믿지 않고, MBTI도 하찮게 여기는 당신은 섹스에 미친 변태 이상성욕자일 가능성이 높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야기다. 프로이트는 모든 것의 원인이 성적충동 에너지인 리비도 때문이라고 한다. 신생아 시절, 프로이트 발달단계인 구강기 단계에서 엄마젖을 충분히 빨지 못하고 애정을 받지 못해, 리비도의 결핍이 일어났다. 충족되지 못한 리비도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술, 담배를 끊지 못한다. 구강기 다음단계인, 항문기에서의 원활하지 못한 배변활동은 당신을 똥같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무절제하고 통제력이 없으며 융통성이 없고 인색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이 된다. 세 번째 발달단계인 남근기는 부모의 가치가 나에게 동일시됨으로써 초자아가 이식되는 시기이다. 이 때문에, 남성은 거세불안이, 여성은 남근선망이 나타난다. 이때 리비도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남성성에 몰두하고 남근에 집착하는 한심한 인생을 보내게 된다. 인싸들이 스몰톡, 우스갯소리로 혈액형성격, MBTI 이야기를 할 때, 눈치없이 비과학적이라느니, 비이성적이라느니 정색하며, 진상을 부리는 식이다. 불행하게도 당신의 성격과 인생은 0세부터 5세 사이의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단계에서 정해져 버리게 된다. 프로이트 심리학에 따르면 말이다. 


사대천왕 마지막 왕은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목적론이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을 부정한다. 프로이트는 과거에, 어떤 원인으로 현재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들러는 인간은 현재의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고 보았다. 어떤 사람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를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의 학대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아들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서 어린 시절의 학대받은 기억을 꺼내는 것으로 해석한다. 아들러에게 인생은 선택 가능한 것이고 과거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나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좋은 상황으로 밀고 나가는 힘을 열등감이라고 보았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열등감이 발현된다. 이 열등감을 느끼고 극복하려 노력하고 마침내 극복할 때, 한 단계 더 나은 인간이 된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용기 내지 않는다면,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미끄러져 하찮은 존재로 계속해서 살게 될 것이다. 과거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다. 그리고 그 미래를 바꾸려고 한다면 지금 현재의 행동을 바꿔야 한다. 


놀랍게도 이 심리이론 사대천왕들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된 과학적 근거가 없다. 프로이트는 내 환자들을 관찰함으로 입증했다고 억지를 부린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모든 것을 열등감 탓으로 퉁칠 수 있는 '결코 틀린 것으로 밝혀질 수 없는' 반증주의의 그물에 걸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데에는 아들러 심리학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인과관계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생각보다 단순하고, 생각보다 명료하다.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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