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노 Oct 19. 2020

노동이란 무엇인가

- 고(苦), 원죄(sin), 마르크스

직장인들의 꿈이 퇴사하고 카페 차리는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 주변 회사원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전부 회사 때려치고 카페 하나 차려 유유자적 살고 싶어 한다. 카페 창업이 꿈이 아닌 사람은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는 유부남이거나, 아직 나랑 친하지 않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내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회사원들은 괴롭다. 회사에 가는 것이 괴롭고 일을 하는 것이 괴롭다. 상사의 갈굼이 괴롭고, 고객의 갑질이 괴롭다. 너무나 많은 업무량으로 삶이 황폐해지고 스트레스로 건강까지 망친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은 더 괴롭다. 회사 안이 전쟁이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폐업률은 70퍼센트를 넘는다. 10집이 개업을 하면, 7집이 망해서 폐업한다. 심지어, 폐업한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진입장벽이란게 아무것도 없는 개인 카페 같은 업종이 최악이다. 임대료라도 내고 내 인건비라도 그럭저럭 챙겨가면, 다행인 수준이다.


그런데도, 퇴사하고 카페 창업을 하겠다고? 정신이 나간 사람이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모험을 즐기는 게 아니라,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다. 실제로 퇴사하겠다, 퇴사하고 카페 차리겠다, 유튜버 하겠다는 사람 치고 진짜 퇴사한 사람이 별로 없다. 직장동료들과 잠깐의 티타임을 갖으며, 농담으로 하는 소리다. 다들 생각만 하고 농담으로 말로만 하지 실행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회사 바깥이 지옥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비교하여 직장인의 가장 큰 장점은 일주일에 평일 5일만 일한다는 점이다. 직장인은 주 5일 근무를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겐 꿈같은 소리다. 주 6일 일하는 곳은 많이 쉬는 가게이다. 직장인들은 주말에 휴식을 취하겠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주말은 더 바쁜 워킹데이이다. 직장인들은 주 40시간을 일하지만, 이쪽 세계에선 하루 8시간만 일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실적 압박하는 상사는 없지만, 내 생존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아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진다. 어떤 사장님들은 한 달 내내 30일, 31일을 일한다. 갑질하는 원청, 고객사 직원은 한 명, 두 명이지만, 그보다 더 진상인 손님은 개체수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게 지옥이 아니라면, 무엇이 지옥이란 말인가.


붓다는 우리 인간의 삶이 본질적으로 괴로움이라고 진단했다. 태어나는 것, 늙는 것, 병드는 것, 죽는 것, 회사에 가는 것,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 등. 존재한다는 것이 괴로움이다. 일을 하고, 노동을 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 되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의 번뇌에서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당장 회사에 가지 않으면,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돈이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답게 살 수가 없다. 번뇌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열반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열반에 이를 수 없다. 이미 속세에 찌들어, 인간다움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이를 원죄라고 한다. 옛날 옛적에,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훔쳐먹어, 죄가 생겼다. 근데, 그 죄를 모든 인간들에게 씌었다. 최초의 인간이자 모든 인류의 조상이기도 한 아담이 죄를 범했기에, 그의 씨앗을 물려받은 모든 인간은 타고날 때부터 원초적으로 죄인이라는 것이다. 연좌제다. 그리고 그 죄에 대한 형벌로, 평생 동안 노동에 시달리고 사후에는 지옥에 가야 하는 숙명을 떠안게 되었다. 따라서, 이 형벌을 면하고 지옥 아닌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자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형으로 죽었으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


칼 마르크스는 인간의 본질을 노동으로 보았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노동을 통해 자연을 변화시키며, 동시에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은 창조적, 생산적, 예술적, 미적인 존재로서 자신들의 생산물 속에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 인간은 기계의 부품, 자본가에 의한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인간의 노동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강제적이며,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못되고 노동 이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인간소외 현상이 우리를 불행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만민의 프롤레타리아가 단결하여, 죽창을 들고 부르주아들을 찔러 죽여,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단번에 해결하고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사유재산 제도가 없는 공산주의 세상을 만들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소비에트 연방은 망했다. 중국은 지배세력만 공산당 일당독재의 국가이지, 그 누구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첨예한 자본주의국가이다. 13억의 인구에 자본주의의 원리를 통해, 발전했고 지금은 미국과 패권다툼을 하는 G2가 되었다.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노동자들이 주인인 지상낙원 북조선인민공화국으로 월북하는 것이다.


나는 크게 욕심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큰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회사는 나를 매번 목 조인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보통 생각은 생각으로만 끝난다. 빨리 늙어서, 연금을 타고 싶다. 은퇴하면, 월 100만 원으로도 충분히 잘 살 자신이 있다. 귀농까지는 아니지만, 텃밭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상추도 심고, 양파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서, 수확해 먹고 싶다. 나는 그저, 무위자연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싶다.

이전 10화 모든 것의 목적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데에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