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야간열차‘를 읽고(’25.1.22)
한강 작가가 스물셋에 집필한 단편소설 ’야간열차‘
심인성 장애가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영현의 술 모임 일곱 명 중에 동걸이라는 인물이 있다. 덩치도 목소리도 크고 주량도 세다. 대학 장학금을 독식하고 과외 알 바 두 개와 방학 때면 막노동을 하며 열심히 산다.
동걸에게는 식물인간이 되어 시체처럼 누워있는 쌍둥이 동생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얼마 후 열네 살 때의 일이다. 동걸과 동주는 우유배달에 나섰는데 동걸이 아픈 어느 날 두 몫의 배달을 하던 중 동주는 비탈길에서 굴러 식물인간이 된다.
동걸은 만취할 때마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밤 열한 시의 기차”를 동경한다. 영동 태백선 통일호.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처절한 절규를 얼음장 같은 마음 아래 꼭꼭 숨긴 채.
떠나리라는 것 때문에 동걸은 견딜 수 있었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강할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탈출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해 줄 야간열차가 있으므로‘
“네 몫까지 살려니 내가 미치겠다.“
영현은 세상사는 물론이고 취직 공부 학점관리에 관심이 없는 아무런 의욕이 없는 대학생이다. 친구 중에서 제일 나중에 회사에 취업하지만 의외로 잘 적응하여 지낸다. 삼 개월쯤 하고 집어치우리라. 반년이 지나자 경력이 되게 1년을 채웠다. 다시 일 년이 흘러갔다. 영현은 동걸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다.
한밤중 전화를 걸어와 ’내일 아침 벽제에 같이 가자‘던 동걸의 제안을 거절하고 난 이틀 후,
”나다. 동걸이.“
”난 떠난다.“
”배웅 나와줄 테냐?“
열시 삼십 분에 청량리역 시계탑. 동걸은 떠난다. 동걸이 영현에게 나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한다. 역사에 들어선다. 개찰구가 열린다. “동걸아” 그는 웃어 보인다. 다만 윗입술을 일그러뜨릴 뿐이다. 승강장 안으로 사라진다. 사람들에 떠밀려 그들의 모습이 모두 사라진 개찰구를 향해 걷는다. 막 움직이기 시작한 열차에 타기 위해 영현은 사력을 다해 달린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동걸과 영현은 <여수의 사랑>에서의 정선과 자흔이 비교된다. 자흔과 동걸에게서 정선과 영현이 보이는 것은 내면 깊숙이 자리한 자신의 상처이며 억압된 트라우마의 객관적 삶이다. 영현이 동걸의 ‘야간열차’에 대한 기묘한 집착을 자기 열망으로 환치하는 것.
동걸은 그토록 갈망하던 동해로 가는 야간열차를 탄다. 탈출구를 상징하는 야간열차는 무엇일까?
영현은 왜 동걸을 따라 야간열차를 탔을까?
어떨 때 보면 마치 여장을 다 꾸려 놓은 사람같이 느껴져요. 한 발자국만 떼어놓으면 떠날 사람 같아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