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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하는 셀프 게임피케이션

올해 4월 가족들과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갔습니다. 갔습니다. 10곳 정도의 뷰 포인트를 들러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뷰 포인트를 뽑으라면 저희 가족 모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우아 포인트(Ooh Aah point)"를 꼽을 것입니다. 우아 포인트에 도착하는 순간 입에서 저절로 "우아~"하는 탄성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포인트의 이름도 "우아"포인트 인 것이죠. 


사실 이곳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뷰도 훌륭하지만 우아 포인트를 오가는 하이킹 길이 너무나 험난한 모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아 포인트를 가기 위해서는 위의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지그재그 모양의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합니다.  지그재그 구간이 끝나면 덜 가파르지만 긴 내리막길이 계속됩니다. 끝없이 계속 내려가다 보면 다시 올라올 걱정에 계속 갈 것인지 여기서 멈출 것인지 고민의 시간이 분명히 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내려온 게 아까우니 "라고~!"를 외치며 더 가봅니다. 또다시 고민의 시간이 올 때쯤 저 멀리 우아 포인트로 예상되는 곳이 보여 더 가봅니다. 그런데 거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렇게 고뇌의 시간을 보내며 우아 포인트에 도착하였습니다. 

한참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곧 해가 질 시간입니다.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 그 시간이 온 것입니다. 8살, 11살 아이와 함께 이 길을 올라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서둘러야 했습니다. 저는 험난한 모험길에 게이미피케이션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얘들아, 우리는 지금 카트라이더 게임을 하는 거야.
우리가 앞서가는 팀을 따라잡으면 10점.
그리고 계단 한 칸 당 1점!! 그러고 100점당 10불!
기념품 샵 가서 너희 사고 싶은 거 사!


아이들은 매번 구경만 하던 기념품 가게에서 무엇인가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계단 개수 하나하나 세면서 힘차게 출발합니다. 그러다가 힘들면 쉬자고 징징 거리다가도 앞에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일단 따라잡기 위해 아이들은 초능력을 발휘하여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읍니다. 중간에 잠시 쉴 때도 우리가 따라잡았던 사람이 뒤에 쫓아 오면 또다시 초능력을 발휘해 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출발하더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빨리 노을이 지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그냥 너무나 힘들 것 같은 막막한 이 오르막길 등산 경로에 카트라이더 게임 퀘스트를 제시하고 점수와 보상의 게임 요소를 적용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경쟁심이 발휘되며 초능력이 잠금해제 되면서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었죠. "우아 포인트 하이킹"은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선물을 받게 해 줬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힘을 깨닫게 되는 성장하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아이들이 또 하이킹하자고 했지만 날씨도 안 좋고 엄마 아빠는 힘들다고 말릴 정도였으니까요.  


셀프 게이미피케이션의 가장 쉬운 방법은 저처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나의 일과, 나의 인생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그냥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나의 하루를 내가 게임 속에서 완료해야 하는 퀘스트, 임무라고 생각해 보세요. 좋은 게이미피케이션 시스템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감정의 변화가 있냐 없냐는 것입니다. 도전하고 싶고 완료하고 싶고 성취감을 느꼈다면 좋은 그 퀘스트는 나를 성장시키는 임무입니다. 그 퀘스트로 인해 힘든 고통의 시간이 의미 있는 추억이 되며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셀프 게이미피케이션은 성장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고난과 고통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것도 좋지만 창의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성장의 경험이 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분명히 떠 오릅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도전을 하고 그 도전에 적응하고 나면 새로운 도전을 또 갈망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여러분의 아바타는 레벨업을 하며 성장하고 있고 어느덧 용감한 전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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