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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원 Apr 08. 2021

코스트코 연어 특강

코스트코 20년 다닌 아줌마가 뻔하게, 평범하게 연어 먹는 이야기.

코스트코에 대한 글을 쓰며 ‘연어’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내용이 정말 다양하고 많다. 

처음 들어보는 연어요리 레시피도 소개돼 있다. 솔직히 난 그런 대단한 연어 요리는 해본 적도 없고, 할 수 있을 거 같지도 않다. 그 정도의 요리 실력은 확실히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내가 연어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그런데 연어라는 재료가 꼭 그렇게 대단하게 요리를 해서 먹지 않고 그냥 대충 먹어도 맛있던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 없이 간단하게 그 거대한 한 팩을 이틀 안에 다 소진하는 우리 집 방식을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쓰기로 한다.      


나는 코스트코에 쌓여 있는 연어들 중에 가장 작은 것을 선택한다. 팩당 가격대가 오만 사천 얼마 그런 팩들 사이에 사만 삼천 얼마짜리도 있다. 잘 찾아서 카트에 넣는다. 어쨌든 최대한 빨리 전부 다 소진하는 것이 목표니까. 사온 연어를 냉장고에 넣은 다음 가장 먼저 할 일은 '연어 간장'을 끓이는 거다. 연어 사케동으로 검색하면 소스 레시피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나는 간장과 물을 같은 량으로 섞은 다음 거기에 다시마 한 조각을 넣는다. 그리고 다시 팩, 설탕, 맛술, 생강, 파, 양파껍질들. 이런 것들을 조금씩 넣고 후루룩 끓인다. 끓이면서 졸아 드는 양까지 고려해 최종적으로 250ml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한다. 달짝지근하면서 감칠맛도 좀 나면서 걸쭉하게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면 완성이다. 연어 간장이 끓는 동안 회덮밥에 비벼먹을 초고추장도 만들어 둔다. 솔직히 파는 초고추장이 더 맛있다. 하지만 시판 초고추장은 양이 많아 결국 유통기한 지나 처치곤란이 된다. 차라리 연어를 산 날, 조금 만들어 먹고 끝낸다. 설탕과 식초를 두 숟가락씩 넣고 잘 저어준 다음, 시판 고추장 크게 두 숟가락을 넣고 비비면서 다진 마늘과 레몬즙을 몇 방울 넣어주면 된다. 집에 레몬이 없을 땐 시판 레몬즙을 넣기도 한다. 간장을 끓이면 집 안에 냄새가 퍼진다. 막내가 어느새 달려 나와 오늘 연어 먹는 날이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연어다!!! 나는 곰이다!!! 아으~~~"      


이제 곰돌이 채칼을 꺼내 양파 2개 정도를 얇게 슬라이스 하듯 썰어 물에 담가 둔다. 다음으로 씻어서 불린 쌀을 압력 기능이 없는 밥솥(아주 저렴하다)에 앉힌다. 이게 정말 포인트다. 압력솥에 한 밥은 연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뚜껑을 열어가며 냄비 밥을 하거나 간단하게 햇반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자, 지금부터 연어손질이다. 연어를 꺼내 반으로 잘라 스테인리스 트레이 채반에 올려놓고 꽃소금을 앞뒤로 골고루 뿌려준 후 랩을 씌우거나 뚜껑을 덮어 1시간가량 냉장고에 둔다. 1시간 후 꺼내면 스테인리스 트레이 바닥에 뿌연 물이 고여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연어살의 수분이 빠지면 살이 단단해져 식감이 좋아진다. 이제 연어를 흐르는 물에 살살 씻은 후, 다음으로 식초와 물을 1:1로 섞은 식초 물을 만들어 연어를 살짝 담근다. (이 방법은 유튜브에서 전문가에게 배운 거다.) 오래 담글 필요는 없다. 살짝 담갔다 꺼내 다시 흐르는 물에 씻고 키친타월로 수분을 꼼꼼히 닦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으면 다음 날까지 손쉽게 연어를 먹을 수 있다. 기름이 많아 가장 고소하고 맛있는 뱃살 부분을 툭툭 썰어 접시에  담아 고추냉이 간장과 함께 식탁에 놓으면,     


"곰 달려온다! 곰 달려온다! 곰 달려온다!!! "       


우리 집 귀염둥이 막내 곰이 연어를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식탁은 페스티벌 시작이다. 연어에 대한 나쁜 기억? 알레르기? 그런 것만 없다면 누구라도 그 고소함과 부드러움에 미간은 구겨지고, 흐느낌에 가까운 감탄사가 나오게 될 것이다. 나는 대접에 밥을 담고 가지런하게 썬 연어와 물기를 짠 양파를 올리고 송송 썬 쪽파를 흩뿌려 식탁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미리 끓여둔 미소된장국 옆에 놔주면 끝.      


연어덮밥을 담은 대접도 코스트코에서 저렴하게 샀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산 미소된장 먹는 게 꺼려져 한동안 안 끓여 먹었는데, 어느 날 국내산 미소된장을 발견했다. 브라보. 


다음 날 아침엔 막내가 연어스테이크를 주문한다. 센 불에 달군 프라이팬에 연어를 올리고 앞 뒤로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 굽는다. 표면만 강한 불에 바싹 익혀야 한다. 속까지 다 익히면 퍽퍽해 못 쓴다. 구운 연어를 접시에 담고 어제 만들어둔 연어 간장을 스테이크 소스 겸 뿌리고 밥 한 덩이를 곁들여 준다. 달콤한 간장 소스 아래 부서지는 연어살, 그리고 접시에 고이는 기름과 하얀 쌀밥이 어우러지면, 우리 집 귀염둥이 아기 곰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표호를 한다.      


"엄마, 짱 맛!!!!"      

 

대단한 스킬이 필요한 요리도 아닌 거 같다. 그게 무슨 연어 스테이크냐고 요리 대장님들께서 반기를 들지 모르겠다. 더 전문적인 연어스테이크는 특별한 날 레스토랑에 가서 먹으면 된다. 집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식탁이 될 수 있으니 연어를 샀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세요!


 다음 날 저녁엔 기름은 별로 없지만, 쫄깃하고 맛있는 꼬리 부분을 송송 썰어 상추, 깻잎, 양파, 쪽파, 오이 등 각종 채소와 함께 회덮밥으로 만들어 먹는다. 우리 집에는 곰도 있고, 워낙 많이 먹는 성향이라 이틀이면 대부분 연어 한 팩은 다 없어진다. 최근엔 연어의 가격도 점점 비싸져 예전엔 세 번 먹었는데 두 번 만에 끝나버린다. 그래도 날로 고공행진 중인 외식물가를 고려하면 고스트코 연어는 꽤 괜찮은 선택이다. 주말을 앞두고 가족에게 특별한 식탁을 제공하고 싶다면, 연어 한 팩 카트에 넣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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