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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ogue Dec 22. 2021

시드니에서 출산하기 2

임산부를 위한 변화

2021년 1월에 임신 사실을 발견하고 와이프는 다행히 입덧이 별로 없었다. 

몸의 큰 변화도 없었고 건강상태도 좋았으며 삶에 딱히 불편한 점도 없는 평안한 임신이 이어졌다. 


호주는 Medicare 라는 의료보험 서비스가 있는데 무료인 부분도 있고 개인부담인 부분도 있지만 임산/출산관련해선 모두 무료이다. 임신을 발견하면 산부인과를 바로 가는게 아니라  GP (General Practitioner)에 가서 앞으로의 계획을 짠다. 


호주의 의료 시스템은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은 전문의를 따로 보지 않고 가족마다 동네마다 담당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필요한 경우 소견서를 써주면 전문의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인데, 무료인 만큼 속도도 늦다. 


GP에 가서 출산할 병원을 연결해 주고 초음파도 소견서를 써주고 가야 무료다. 만약 추가 초음파나 태아의 상태 혹은 성별을 위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받기 원하면 추가 비용이 든다. 우리는 아이의 상태가 어떠하던 출산하기로 해서 테스트에 돈을 쓰지 않았고, 성별도 20주 내외가 되면 초음파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기다렸다. 


출산할 병원이 배정되고 임신 기간 동안 산부인과 의사 상담이나 의사 얼굴은 볼일이 없고 (문제가 있지 않은이상) Midwife를 정기적으로 만나며 태아의 상태나 산모의 건강상태를 검사받는다. 특히 초반에는 정신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써주고 혹시 가정 폭력은 없지는 산모와의 상담도 이어진다.  미드와이프는 늙은 할머니 였는데 호주답지 않게 정말 친절하고 편안한 사람이었다. 초반에만 일본어 통역을 했지만 와이프가 영어로 출산 관련 단어들을 많이 공부하고 나선 통역도 없이 계속 미드와이프와 한두달에 한 번 미팅을 했다. 


2번째 무료 초음파에서 아들이라고 알게 되었고, 딸을 기대 했지만 아들이면 같이 뛰어놀고 캠핑가고 할 생각에 또 좋았다.  무슨 자신감에서 인지 우리 아이는 건강할 것 같아 다운증후근 검사도 받지 않았다. 와이프가 혈당이 조금 높게나와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를 받았는데 역시 무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와 산모를 핑계로 쇼핑을 하게 됐다. 



우리 가족은 모든 사람이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나만의 룰이 있는데, 어느 날 내차에 문제가 생겨서 팔아버리고 또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와이프차를 보며 집사람과 우리 아이는 문제없는 차를 탔으면 했다. 


그래서 와이프용으로 생애 처음으로 신차를 샀다.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라 신차보단 좋은 중고를 사서 좋은 값에 혹은 더 높은 가격에 팔곤 한다. 


Toyota Yaris Cross Hybrid

와이프는 작은차를 원했고 나는 차를 볼 때 연비와 잔고장이 없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도요타는 잔고장은 두말 할꺼 없고 하이브르드로 소형 SUV 중 최고의 연비를 가진 차가 올해 새로나온 이 모델이었다. 

호주는 연비를 따질 때 100km 를 가는데 사용되는 기름의 양을 수치로 보여준다. 이 차의 공연비는 3.8L/100km 이고 기름통을 가득 채우고 운전해보니 3.6L 가 나왔다. 연비 신경안쓰고 그냥 운전하면 4.0L 정도 나왔다. 기름통이 작아서 800키로정도 갔고 한국식으로 따지면 1리터에 28키로 정도 가게 된다. 보통 중형세단이 리터에 13키로 나오면 잘 나오는 편인데 그런 차의 절반 정도의 기름을 쓴다. 그래서 샀다. 


코시국에 반도체 및 부품 문제로 호주도 재고 차량이 없어 6개월 이상 기다릴 수 있다고 했지만 마침 운이 좋게 신차물량이 있어서 2주만에 받았지만 $33,000 정도 하는 가격에서 할인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이런 저런 아이 용품은 중고로 많이 얻었고 또 아들을 핑게 삼아 침대도 킹사이즈로 바꾸고 좋은 사진 찍어야 한다고 아이폰 13mini로 폰도 구매했다. 다 필요없다 그러나 아이가 삶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쇼핑할 이유가 생기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유모차는 사지 않았다. 일단 출산 후 몇 달은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하며 미뤄뒀다. 


정말 운이 좋게도 와이프가 일하지 못하는 임신 후반에 락다운이 되면서 와이프 직장도 문을 닫았고 정부는 주에 $750 지원금을 줘서 두 명다 각자 받다 보니 매주 $1,500 이 통장에 들어왔다. 내 일시간도 줄어들긴 했지만 내 주급에 정부 지원금까지 하니 돈이 잘 모였다. 



다 건너 뛰고 그렇게 9개월이 되어 아이와 곧 만날 시간이 다가왔다. 어쩐 일인지 와이프는 배가 엄청 뽈록 했지만 살도 안트고 밥도 잘 먹고 이런 효자가 없었다. 출산일이 9월 19일로 첫째는 보통 예정일 보다 조금 늦게 나온다고들 하는데 9월 15일 진통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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