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다리가 걸어가고 있어요
아주 작은 새앙쥐 위로
밟으면 툭하고 터질까
한 번엔 너무 재미없지
꼬리를 뭉개버리고 깔깔거리는
먹을 수도 없게
곪아버린 가냘픈 몸
기저귀 차고 아장아장 도망칠 수 없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엇을 잘못했다고
제 손바닥에 제 손바닥이 닳도록 빌었겠지
하이얀 순백의 도화지 위로
하늘이 뭔지도 모르고
처음 새겼을 하늘에
제발 데려가 달라고 빌 수조차 없었을
너무 작디 작은 영혼
두 눈 가득 빈틈 없이 담긴 회색빛 주름진 하늘
자빠져 누워 혀끝에 달린 대롱으로
쪽쪽 빨아 댓을 피가 너무도 가벼워
바람에 날려 공중 그네를 탄다
아니지 아니지
코끼리는 신성시하는 동물
결코 그렇게 잔인 할리 없지
나무의 메마른 팔을 눈물 없이 꺾을 수 있는 건
갓 피어난 가녀린 꽃을 웃으며 꺾을 수 있는 건
단지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이유
뇌가 조금 더 크다는 이유
빌어먹을 나도 그렇게 생겼다는 게
토악질이 나올 것 만 같아
나는 토해낼 만한 것이라도 채웠지
겨우 잘못했어요 만 토해냈을 텅 빈 위에
별들이 사뿐히 쏟아져 내려 보드랍게 채워지길
나는 바라고 바라고 바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뇌가 조금 더 크다는 이유
이런 글 밖에 쓸 수 없는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