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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 Apr 18. 2024

일에 대한 단상

The Thought of Work

재취업 준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요즘 잡생각이 많아집니다.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시험 전이면 평소에는 쳐다도 안 보던 TV 다큐멘터리도 얼마나 재밌던지요. 별로 깔끔하지도 않으면서 유난히 책상 청소를 하고 책장을 정리하고 싶었지요. 요즘 제 상황이 딱 그 시절을 연상케 합니다. 제 평생 요즘처럼 책을 많이 읽은 적이 없습니다. 원래는 자기 계발, 자녀교육 책을 주로 읽었는데, 요즘에는 소설, 수필, 시사논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취업준비 관련된 거 아니면 다 재밌어요. 


고백합니다. 물론 책만 읽은 건 아닙니다. 유튜브, 특히 숏츠를 엄청 봤지요. 별로 재밌는 콘텐츠가 아닌데도 몇 시간째 계속 스크롤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오늘까지만 보고 내일부터 열심히 취업 준비하자'라는 뻔한 거짓말을 계속합니다. 더 이상은 제가 너무 한심해 안 되겠더라고요. 이건 혼자 힘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드디어 '거국적 결단'을 내리고, 휴대폰에서 유튜브 앱을 지웠습니다. 물론 컴퓨터로는 여전히 유튜브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휴대폰에서라도 동영상을 안 보면 제 인생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책 읽고, 유튜브 보는 중간중간 아주 아주 가끔 일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꼭 재취업을 해야 하나?', '나는 왜 일을 하려고 하나?', '취업을 안 하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직업을 빼고 나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가 주된 질문들이었습니다. 우선 경제적인 이유로 재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애초부터 너무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내년 가을이면 큰아들이 대학에 갑니다. 동부에 있는 사립대에 가고 싶어 하는데, 미국 사립대 등록금이 한 해 5-7만 불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두 살 터울이니 2년 동안은 매해 10-14만 불이 필요하겠네요. 다른 부모들처럼 대학 등록금을 다 내주지는 못해도, 비싼 은행에서 돈 빌리게 하기 보다는 제가 무이자로 빌려주고 싶어요. 남편 나이가 50대 초반인데, 이 사람도 평생 젊은 건 아니니 보수가 적어지거나 은퇴를 생각할 시기가 곧 오겠죠.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제가 60대 중반이 돼 퇴직연금 받을 때까지는 시간제로라도 계속 일을 해야겠네요. 에휴~~~.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에 보면 "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 경영 혁신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라고 합니다. 물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계속 재교육을 받아야겠지요. 이도 여의치 않는다면 그냥 일을 안 해도 기본적으로는 먹고살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면 어떨까요? 일은 기계나 로봇, AI가 하고 해당 회사들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합니다. 그 세금으로 국가는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 (Universal Income)'을 제공하는 거죠. 일은 이제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재능 발현의 장'으로 승화되는 거죠.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니 여유 시간이 아주 많아지겠죠. 그 시간을 취미 생활, 건강 관리, 자원봉사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합니다.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제가 지금 떠드는 이야기들은 심층적인 사색이나 연구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아닙니다. 잡다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나열했을 뿐이에요. '이 아줌마가 정말 공부가 하기 싫은가 보다'라고 측은지심을 갖고 이해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최인아 님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한 작가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저 썼다. 잘 풀리든 그렇지 않든, 잘될 것 같은 희망이 보이든 그렇지 않든, 결과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도전과 시련에 지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했다는 뜻"이라고요. 저도 '그저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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