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두연 Mar 29. 2023

[도서-감상] 김지연의 마음에 없는 소리

도서 마음에 없는 소리 / (2022) 김지연 소설

2022. 8. 07. 일요일독서모임 문화재활센터     

            


<마음에 없는 소리>     





연인 사이에 있어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자주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 연인들의 행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혹은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책에 나오는 레즈비언 연인들의 쓸데없이 불안정한 연애담이 지긋지긋해 보여서일까?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 소설 속 인물이 읽는 내내 답답하게 느껴지던 것은 내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내가 다 겪은 것, 감당한 것, 견뎌낸 것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과 공유할 용기가 났다’는 인물의 말은 지독하게도 나를 불안 속으로 끌어내렸으며 해변에 주운 온갖 쓸모없는 것들만큼이나 반짝였다가 아무것도 아니게 했다. 그 짧디 짧은 단편을 읽고 낮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서 나는 종일 찜찜하고 미심쩍었다.         



어린 시절 세계지도를 처음 보았을 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토록 작은 나라임을 깨달았을 때 느낀 충격은 무력함이었다. 거기다가 분단까지 했으니 그 작은 나라가 반으로 쪼개서 더 작아진 땅덩어리. 그 한 줌의 덩어리에서 복작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우리는 더 부딪힐 수밖에 없고 부딪힘에 따르는 필연적인 부가적인 감정들을 내비치지 않을 수 없나 보다. 


서울을 다 내팽개치고 고향으로 내려온 내가, 친하지 않았던 중고등학교 지인들의 얼굴을 마주치는 것이 그토록 불편하여 생활 바운더리를 좁혀버린 내가, 이 고향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게끔 만들어 준 소설인 듯하다. 마치 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를 닮아 있으며 요즘 시대 청년들과 닮아있다. 그것은 지쳐버린 마음 속에서도 지독히도 인간을 그리워하는 인간 본성과도 같다. 




사랑을 하는 일은 그 행위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이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틀에 박힌 관념들이 존재하고 그 관념과 다른 것들은 사랑이라기보다 특이한 케이스가 되어 버리는 세상이다.


관념이 사랑하는 일을 멈추게 하고 사랑했던 이를 등 돌리게 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을 하는 일이란 솜이불을 덮어주어서 내가 사랑을 느꼈던 할머니에게 끝까지 착한 손녀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나는 동성연애자라고 말하고 죽일 년 소리를 듣는 일.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을 오롯이 감당하는 일. 그러다가 속삭이는 애인의 말속에서 영원을 느끼는 일 같은 것들이 전부 포함되어 있는 것일 테다. 책의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감상] 뷰티풀 마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