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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산 Jul 14. 2022

입사 1년, 퇴사를 고민합니다.

누구에게나 오는 그 순간.

퇴근 시간 미정. 출근시간은 오전 9시. 주 5일 기본 근무, 주말 출근은 선택을 가장한 필수. 이러한 삶이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고, 때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암흑의 취준생 시절을 거쳐 드디어 남들과 비슷한 위치에 올라갔다는 성취의 기분 탓이다. 몇 년 전 PD라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앞이 보이지 않는 과정을 겪였고, 드디어 방송국 PD라는 그 목표에 얕게나마 몸을 담을 수 있게 됐던 그 순간 나는 의외로 덤덤했다. 워낙 태생부터 만족이라는 걸 잘 못하는 성격인지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못한다기 보단 만족이라는 그 감정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어찌 됐든 그렇게 나의 목표에 조금은 다가갔지만 늘 성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처음엔 이러한 감정이 조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도피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약한 인간은 아니었다. PD라는 직종의 특성상 늘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기획, 촬영, 편집 능력을 비롯해서 상식, 시사, 화제성 등 다양한 방면으로 늘 성장하는 자세와 환경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굳이 예를 들자면 평균 근무 시간이 하루 10시간 정도 되는 내가 9 to 6를 칼같이 지키는 다른 부서의 사원들과 같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곳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는 '나의 성장'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입사 1년이 지난 지금, 이곳이 과연 그 이유가 충족하는 곳인지 깊게 고민하는 시기가 왔다.


도태되고 싶지 않았다. 질보다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질보다 양을 중요시하며 일을 쳐내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어떠한 조직 안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 능력은 누구나 손에 익기만 하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로봇처럼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그러한 능력은 나 자신을 온전히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회사라고 얘기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곳에 입사함으로써 그때 당시 나의 상황에 놓였던 여러 가지 고민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PD로서 나름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된 곳 이기도 하며, 근무 조건도 다른 환경에 있는 같은 직군 종사자들과 비교하면 워라밸 측면에서는 월등히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곳이다.


이런 장점에 안주하면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나는 너무 젊고, 더 올라가고 싶은 곳들이 있다. 단순히 회사의 복지, 근무 환경을 논하자는 것이 아닌 '이 회사에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이제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말했다. 지금 내 상황은 이전에 내가 선택했던 과정의 결과라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하지만 훗날, 아니 몇 년 뒤 더 성장할 나를 위해 지금의 선택을 고민한다. 그렇게 나는 꽤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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