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운트플라워 Aug 12. 2022

내가 아빠라니?

이 세상에 어떤 아빠도 모두 다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오빠 나 임신했어!"


화장실에서 뛰어나오는 아내를 보고만 있었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얼얼한 기분이라는 표현이 왜 클리셰인지 내 인생 31년 만에 깨달은 순간이었다. 순간 눈물이 고였고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감정에 순간 휩싸였다. 임신했다는 아내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나누는 드라마 장면은 역시나 전부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행복과 약간의 두려움, 그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 과정 속에서 나는 아내에게 어떤 말을 했지만 정확한 단어는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됐다'라는 의미의 단어였던 걸로만 어렴풋이 짐작이 된다.


어렸을 적 결혼에 관해서는 꽤 부정적이었다. TV에서도 현실에서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고, 결혼을 하면 내 인생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수동적인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이제야 좀 나를 위해 살아보려고 하는데 굳이 결혼까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나의 폐쇄적인 사고가 꽤 많이 변했다. 인간은 왜 본능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느낀 인생의 전환점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며 결혼에 관한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지만 아이에 관한 가치관은 또 다른 문제였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서로가 함께 성장하는 건 좋다. 하지만 아이 문제는 달랐다. 또 흔히들 말했다. 아이를 가지고 나면 우리를 위한 인생은 거기서 끝이라고. 앞으로는 아이를 위해 본인의 인생을 포기해야 한다고. 나 역시도 공감하는 부분이 컸기에 아이만큼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겼다. 답답함에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을 주는 아내를 보며, 그런 아내를 위해 변화하는 나 자신을 보며 가정에 관한 믿음이 생겨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나는, 우리는 진심으로 아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가 찾아왔다. 얼떨떨하고 아직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두려움보다는 행복과 기대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건 확실하다. 우리는 아직 경제적, 정신적으로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완벽히라는 단어는 지극히 주관적이지 않을까. 재벌가 자식들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치관만큼은 건강하고 단단하게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 이 정도라면 그래도 새로운 생명을 기다리는데 꽤 준비된 상태가 아닐까?









엄마랑 아빠가 잘 기다려볼게.

건강하게 오렴. 토실아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 1년, 퇴사를 고민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