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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산 Sep 04. 2022

입덧으로 고통받는 아내에 관한 복잡한 단상

그 끝은 결국엔 행복일까

임신 9주 차. 시간마다 헛구역질을 해대는 아내를 보며, 여러 감정이 마음을 교차한다. 난임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생각보다 빠르게 아이를 갖게 된 우리 부부.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 행복해 보였던 아내의 표정은 이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울렁임으로 인해 미간은 항상 찌푸려있고 그나마 구세주일 거라 믿었던 입덧약도 그리 큰 효과는 주지 못하고 있다. 아내의 얼굴에는 행복과 기쁨보단 우울함과 어렴풋한 후회? 가 보인다. 나조차도 이게 행복인지 고통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아 혼란스럽다.


고통이라는 건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절대 공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괜찮아질 거라는 위로의 말을 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진다. 어쩌다 밥을 잘 먹거나 컨디션이 아주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면 기뻐서 말을 막 걸다가도 듣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눈치를 살핀다. 입덧의 고통을 직접 옆에서 보니 드라마에서 나오는 입덧 장면은 참 귀엽고 예쁜, 연출된 거짓 장면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아내를 만나기 전 결혼에 대한 굉장한 회의를 가지고 있었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솔직히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아이 없이 서로의 인생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딩크족 부부들을 떠올리며 그래 그게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힘든 것보다 더 큰 행복을 준다고 하는데, 그 행복이 도대체 무엇일지, 정말 우리의 고통을 순식간에 덮어버릴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을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금은 아내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도대체 무엇을 위해 저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왜 인간은 엄마만 출산의 고통을 겪도록 설계되었는지, 그럼에도 왜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책임감이 생기는지, 이게 그냥 인간의 본능인 건지 아니면 우리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키워주셨기 때문인 건지, 이런 감정들이 마구 엉켜 어떤 감정인지도 감이 오지 않는 그런 나날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중에도 살아보겠다고 입덧약을 찾으러 가는 아내를 보며, 선사시대 때와 같은 생존 위협이 사라진 이 시대에 가정을 꾸린 생물학적인 남성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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