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산 Jun 12. 2022

상사가 조직을 떠났다. 그것도 하루 만에

그게 정(情) 때문이든 아니든,

그게 정(情) 때문이든 아니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상사가 조직을 떠났다.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멀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 조직을 먼저 떠나는 모습도 보았고, 그때 느꼈던 실망감이 그 사람에 대한 증오 비슷한 감정으로 치환되고 있었던 것 같다. 남은 자로서 그 사람과 멀리할 방법을 계속해서 찾았다. 최대한 대화를 자제하고 부딪힐 수 있는 거리조차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노력들이 나를 그 사람과 더 가깝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다르던 사람이었다. 욕을 해도 웃어주는 사람들에게는(흔히 호구라 칭한다) 선을 넘을 정도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고, 나같이 거리를 두고 할 말 다 하는 성격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누구보다도 잘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지만 나에게 피해를 주는 점은 없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조금씩 열려왔던 거 같다.


그렇다고 심성부터가 못돼 먹은 사람은 아니었다. 덩치는 크지만 굉장히 여린 마음을 가진, 그런 부류였다. 지나고 나니 표현이 거칠 뿐이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챙기는 마음은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지 않았나 싶다. 본인이 힘들 땐 5살짜리 떼쟁이처럼 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근 1년을 함께한 그 사람에 대한 평은 대강 이 정도인데, 며칠 전 하루 만에 사직서를 내고 퇴사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듣고 무책임함에 대한 분노보다는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조금 더 들었다. 그동안 바라면 바랐지 아쉬워할 일은 아닌데, 나는 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걸까.


결국에는 정이 들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사로서 나의 힘든 점은 잘 알아줬고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줬다. 팀이 힘든 상황에 놓이면 꽤 많은 부분을 책임져 나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어떤 부탁을 하면 가장 먼저 들어줬고 띠동갑이 훌쩍 넘는 나이 차이였지만 위아래 없이 대해줬다. 인간은 모두 장단점이 있는 법인데, 처음엔 이런 장점보단 단점을 더 크게 보았고 최근에서야 장점이 조금씩 크게 보이던 시기에 관계를 마무리하게 되어 드는 아쉬운 마음이 아닐까. 혹여나 그 이유가 정이든 아니든 나는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힘들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그의 메시지에, 감사와 응원의 답장을 보내며 이 어렵고도 복잡한 인간 관계에 대한 단상을 억지로 마쳐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그 xxx는 나였다는 것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