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리
아내가 임신 10주 차에 접어들면서 입덧 또한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입덧 정도는 남편이 대신하도록 설계하지 않은 신을 원망하는 마음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입덧으로 크게 고생하지 않고 아이를 잘 출산했다는 지인들은 도대체 전생에 어느 나라를 구했길래 현생에서 그런 큰 축복을 누리는 것일까. 하루 종일 고생하는 아내를 보며 신에 대한 원망이 점점 늘어가는 와중에 문득 우리네 부모들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 할머니가 8남매를 낳고 기른 건 불가사의가 아닐까. 그래 더 가까이 봐서 우리 엄마는 도대체 더 어려웠던 그 시절 우리 남매를 어떻게 낳고 기른 것일까.
어디선가 들었다. 부모가 되어봐야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그 의미가 이제야 조금은 이해 된다. 새로운 생명을 낳고 양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신과 출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3줄로 설명할 수 있다. 부부관계를 통해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을 하고,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을 해서 아기집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작은 수정란이 태아로 성장하여 엄마의 질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글로는 3줄이면 적을 수 있는 이 간단한 과정이 현실에서는 몇 배라고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입덧하는 아내를 보며 아이를 갖는다는 행위 자체부터가 부모가 되는 과정이라는 걸 느낀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여 자궁에 안전하게 착상하는 임신의 첫 번째 과정조차도 난임센터에 가득한 부부들을 보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수정란이 착상에 성공했다 해도 이후 모든 과정에는 기적이 필요하다. 수정란이 착상한 자궁의 상태를 괜찮은지, 아기집은 잘 만들었는지, 심장소리는 잘 들리는지 매일매일 기적을 바란다. 그 과정 속에서 아내의 몸은 새로운 생명체를 받아들이기 위해 호르몬의 변화를 아주 혹독하게 겪는다. 매주 약 2배씩 성장하는 태아의 무서운 성장 속도는 엄마를 더욱 힘들게 한다.
부모의 헌신은 막연히 세상에 나온 아이를 키우는 것에 있다고만 생각했다.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부모의 헌신은 임신의 시작 과정부터 시작된다. 그 이후 매일,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헌신한다. 그동안 그 의미를 몰랐다. 본인만 생각하는 아버지와 욕심 때문에 자식을 힘들게 하는 어머니. 내가 지금보다 어렸을 적 생각했던 부모님의 모습이다. 그런데 부모가 된 지금, 그 깊은 곳에는 분명 자식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여러 방면으로 가족을 힘들게 한 아버지였지만 결국엔 그 가족을 위해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직장에서 갖은 풍파를 감내했고, 자식을 성공시키고자 자식을 힘들게 한 어머니였지만 자식들의 교육과 생활에 있어서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두 분은 지금 이 시간까지도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부모 마음은 부모만이 알 수 있다. TV, 책, 유튜브, 오프라인 강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부모의 마음을 '전달'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어떤 아픔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 마음은 직접 부모가 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방법으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