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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배우는 삶의 리듬

by 배은경

제주라는 공간이 주는 고요함은 도시에서의 시간과는 다른 호흡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후기 사상인 ‘자기 배려'자기 자신을 돌보며 자기를 지키는 것이다. 그는 말년에 이르러 ‘자기 배려’라는 철학적 실천을 불러냈다. "삶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보아야 할 예술이다. 남의 시선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가꾸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유다."


나는 제주의 자연 속에서 그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미셀푸코가 말한 '자기 배려'는 단지 '마음 챙김'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주체로 세우는 철학적인 행위다.


스스로를 사유하고 돌보며 주체로 살아가는 것, 제주는 그 배움의 터전이 되기에 충분하다. 제주의 자연 속에서 나는 다시 '나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 나는 자연과 함께 나를 가꾸는 일을 실천 중이다. 자연은 내면으로 향하는 길을 찾게 되는 경험과 나를 돌보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바람과 햇살은 자연이 주는 가장 순수하고 일상적인 선물이다. 감각이 더 섬세하고 깊게 다가오고 삶의 결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각으로 자연이 주는 치유와 배움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바람이 불면 시선이 넓어지고 생각이 순환된다.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나 감정이 바람을 맞으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햇살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분을 좋게 해 준다.


텃밭 가꾸기는 내게 ‘기다림’과 ‘순환’을 가르쳐주었다. 그 덕분에 조급함도 줄고,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작은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시 ‘기다림’이란 단어를 되새기게 되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줬다고 금세 자라는 건 없다. 햇살과 바람, 비, 그리고 시간, 모든 것이 조화로울 때 비로소 싹이 튼다. 텃밭의 씨앗들이 묵묵히 싹을 틔우듯, 삶도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나아간다. 씨앗을 심고, 자라는 걸 지켜보는 과정이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제주는 기후에 따라서 고립의 섬이 되기도 한다. 기상이 악화되면 항공기도 여객선도 결항된다. 단절이 아니라 전환의 공간이 된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리셋’의 장소가 된다.


일상 속에서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명상이고 치유가 된다.


제주는 다른 시간을 내게 주었다. 시간에 밀려 살아가던 나에게, 시간과 나란히 걷는 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제주는 나에게 그런 삶의 리듬을 회복시켜 주었다. 자연을 통해 배운 쉼, 기다림, 순환, 그리고 나 자신과의 진짜 만남 주에서 배우고 있다.


내가 제주에서 배운 자세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일상이 명상이 되고 제주의 자연과 감성이 주는 심리적 치유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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