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잔디마당은 노랗고 잔디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양한 잡초들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듯 잔디 사이로 힘차게 자라고 있다. 3월과 4월 몇 차례 잡초를 뽑았다. 5월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잔디는 보이지 않고 예쁜 들꽃만 보인다.
자세히 봐야 잔디가 보인다. 비가 내린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남편과 나는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난 후 잡초 뽑기가 쉽다. 일기예보를 참고하고 잡초를 뽑기 위해 점심을 미리 준비했다. 화단에 키우고 있는 쑥으로 쑥인절미를 만들고, 고구마와 삶은 계란, 카페라테로 점심을 먹었다. 잠깐의 휴식을 뒤로하고 잡초 뽑기 명상으로 6시간 정도 몰입 했다. 잡초를 뽑으니 잔디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잡초가 잔디를 죽이고 땅이 보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잔디도 씨앗을 품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잡초를 제거했으니 이제는 그 자리에 잔디가 품은 씨를 뿌려서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잡초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잡초가 잔디의 존재감을 무력화시킨다.
잔디가 죽은 공간은 화단으로 넓혀서 처음 잔디를 심었던 공간보다 줄어들고 화단이 넓어졌다. 잡초를 뽑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여기는 잔디밭이니 뽑아야 하지만 예쁜 들꽃이다. 잔디마당에서 들꽃은 잡초다.
3월에 꽃씨를 화단에 파종했는데 잡초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파종한 씨앗은 이제(5월) 새싹이 나온다. 꽃씨의 새싹을 알고 있으니 잡초를 심혈을 기울여서 뽑았다. 꽃씨의 새싹을 보여줘서 반갑고 기특하다.
드디어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에 일정구역은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최소한 잔디마당, 다니는 통로는 잡초를 제거하는데 잡초를 뽑고 나서 며칠 지나고 보면 강한 생명력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잔디마당이 주는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풀도 자주 뽑고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글을 쓰며 잔디마당을 바라보니 해맑게 잡초(들꽃)들이 웃고 있다.
'나 이렇게 또 나왔어요. 예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