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니까 피크닉이 너무 가고 싶었다.
새로 산 뻥뻥 뚫린 옷을 입고 홀가분하게 놀고 싶었다.
그리고 피크닉에서 샴페인이 마시고 싶었다.
피크닉에서 샴페인이 마시고 싶었는지,
샴페인을 마시고 싶어서 피크닉을 가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샴페인이 단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을 칭하는 건 지 알게 된 이후에도 스페인의 까바, 이탈리아의 프레세코 보다 더 먹어보고 싶었다.
이미 까바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샴페인의 가격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보다 비싼 게 아닐까.
몇 주를 샴페인을 찾아보다가 친구가 추천해준 와인샵에서 샴페인을 구매했다.
인터넷에서 칠링백을 사면서 샴페인 잔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길래 하나를 추가했더니 몇 시간 뒤 전화가 왔다.
샴페인 잔 하나 구매하는 거 맞으세요?
재차 확인하는 판매자에게 당당하게 "네!" 대답하며 끊었는데,
생각해보니 혼자 피크닉을 가는 사람이 없어서 확인 전화까지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집 근처라 단순히 생각했는데 어쩌면 혼자 피크닉을 나온 사람은 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럼 어떠랴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고,
선택할 수 있어도 혼자가 제일 편하다.
망원시장에서 오징어튀김 김밥과 닭강정을 샀다. 물론 샴페인과 집에 있던 천두복숭아, 자두도 챙겼다.
그 외에 티슈, 물티슈, 생수, 담요 등을 챙걌더니 짐이 한가득이다.
한강공원 앞에서 돗자리와 테이블 등을 빌리면 짐이 더 많아진다.
혼자서는 조금 버겁기도 하다.
그래도 혼자 낑낑대며 싸가서 자리를 피면 만족스러움이 피어오른다.
한강공원 편의점에서 라면까지 끓이면 진수성찬이다.
처음 먹어본 오징어튀김 김밥은 신세계이고
선선한 바람이 고생을 싹 날려준다.
샴페인까지 따르면 여기가 센느강이다.
생각해보면 처음 샴페인에 빠진 것은 파리에서였다.
언니와 마지막 파리에서의 밤을 기리기 위해 무리해서 센느강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샴페인을 시켜먹었다.
대학원생 주제에 엄두 못 낼 샴페인이여서 그랬는지 정말 꿀 맛이었다. 어쩌면 그 분위기와 첫인상 때문에 더 맛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생각도 안 나는 맛이지만 정말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내가 샴페인에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일까?
샴페인을 마실 때면 항상 신나는 게 연상된다. 행복한 것 플러스 신나고 들썩이는 느낌.
한강에서 혼자 즐기는 샴페인도 너무 즐겁다.
동영상을 찍느라 샴페인을 연거푸 원샷했다.
덕분에 좀 알딸딸해졌지만 그것대로 신난다.
새 옷을 입고 한강에서 로망 하는 샴페인을 들이키는 일.
새로운 취미가 될 것 같다.
땀 흘리며 한강으로 갔지만, 집에 오고 나서는 잘 나갔다 싶은,
그래서 내가 집순이다 맞나 싶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