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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사과학자 류박사 Aug 29. 2024

의료현장의 도전: 폭력 사건을 통해 배운 교훈

위기를 넘어 안전한 의료 환경을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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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운 일상의 균열 】


의사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길에 폭력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전공의 2년차, 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습니다. 40대 남성 환자가 외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했고, 보호자로 어머니가 함께 오셨습니다. 환자분은 여러 내과적 기저질환이 있어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환자와 어머니께 상황을 자세히 설명드렸고, 두 분 모두 잘 이해하셨습니다. 설명 후에는 수술 동의서와 중환자실 입실 가능성에 대한 동의서에도 서명을 받았습니다.



【 예기치 못한 폭력 사건 】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예상대로 환자분은 기도 삽관 상태로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정형외과 의사로서 중환자실 입원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호흡 보조 장치를 다루는 일은 저희 전공 영역이 아니라 부담되고, 중환자실 환자를 케어하는 일은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취과 교수님의 소견에 따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중환자실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중환자실 앞에 도착하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술에 취한 듯한 한 남성이 고성을 지르며 서 있었고, 그의 험악한 표정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환자의 사촌이라는 그는 중량급 선수를 연상케 하는 체격이었습니다. 그는 왜 자신의 동의 없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데려왔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림 1)


그림 1. 의료 현장의 그림자: 예기치 못한 폭력에 직면한 순간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저는 환자와 환자 어머니의 동의하에 모든 절차가 진행되었다고 설명드렸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중환자실 직원들을 향한 그의 위협적인 태도에 저는 참을 수 없어 다시 한번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 설명을 들은 그 남성은 오히려 더 흥분해 저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의 주먹이 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공포와 당혹감이 동시에 밀려왔고,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제 반응은 그의 움직임보다 한 박자 늦었습니다. 결국 그의 손이 제 목을 스치고 지나갔고, 따가운 통증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는 즉시 다른 직원분들께 112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깊은 혼란과 성찰의 시간 】


사건 후, 저는 깊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왜 이런 폭력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함이 북받쳤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의사로서의 자존감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환자의 근골격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과연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경험이 의료 현장의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이 사건은 저에게 의료인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의료진을 존중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 법적 절차를 통한 문제 해결 】


경찰이 도착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했습니다. 며칠 후, 대구 남부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방문했습니다. 사건 경과를 자세히 진술하였고,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가해자가 합의 의사를 표했는데, 합의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잠시 고민했지만, 저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폭력을 쉽게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결코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의사로서의 존엄성과 병원의 안전한 진료 환경을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이 상황에서 제가 폭행당할 만한 이유는 1%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중환자실 치료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처음부터 병원에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는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릅니다. 의료현장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는 합의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죄송하지만, 합의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의료 현장의 안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폭력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사건의 진행 과정에 대해 경찰서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도 더 이상 그 남성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더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그림 2. 법적 대응의 시작: 의료현장 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기록 이미지



경찰 관계자분께 유사한 사례들을 고려할 때 아마도 벌금형 정도의 처벌이 예상된다는 비공식적인 설명을 들었습니다. 비록 가벼운 처벌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보호자분이 앞으로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이런 폭력적인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바쁜 전공의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경찰서에 가서 성실히 진술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병원의 모든 구성원들과 나아가 의료계 전체의 안전을 위한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비록 그 과정이 정신적으로 힘들고 참담했지만, 이를 통해 의료현장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 회복과 교훈 】


시간이 흘러 환자분은 회복되어 일반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어느 날 회진을 돌던 중, 환자의 어머니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날 일로 많이 놀라셨죠?"


어머니의 진심 어린 사과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환자의 치료를 맡은 제가 환자에게 해를 가할까 봐 걱정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친척을 위해 선처를 바라시는 마음도 느껴졌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걱정 마세요. 환자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 폭력이 의료와 의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 】


이 사건을 겪으며 의료 현장의 폭력이 단순히 의료진의 안전 문제를 넘어 의학 발전과 환자 치료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폭력에 대한 방어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의료진이 폭력에 노출되면,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진료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이른바 '방어 진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 진료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과 같이 내과적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가 외상으로 내원한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극적인 치료 방침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폭력의 위험이 있는 환경에서는, 수술 후 환자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들어 아예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안전하고 존중받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와 의학 발전으로 이어질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모든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 의료 안전의 실태와 개선 과제 】


이 사건을 겪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일어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폭력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존중받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역할임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사회 전반적으로 의료진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런 경험이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이 공개한 '2023 전공의 실태조사'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공의 34%가 최근 1년 사이 업무 중에 폭언이나 욕설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더 심각하게는 11.2%가 폭행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특히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49.4%가 근무 중 폭언·욕설을 들었고, 22.8%는 물리적 폭력을 겪었다고 합니다. 외과(44%)와 산부인과(46.6%) 역시 근무 중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의료 현장에서의 폭력 문제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제가 겪은 사건은 이런 큰 문제의 일부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반,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미디어와 의료현장: 인식 개선의 필요성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TV 드라마에서 피고인이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의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제 기억 속에 여러 장면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에서,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의사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의사가 되기 전에는 이런 장면들에 큰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된 지금은 이런 드라마 장면이 절대 방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력을 무분별하게 묘사하는 것은 실제 의료 현장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의료계와 미디어 업계, 그리고 사회 전반이 협력하여 안전하고 존중받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때, 의료의 질은 향상되고 환자의 건강과 안전도 더욱 보장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희망합니다. 의료진에 대한 존중과 신뢰, 그리고 안전한 의료 환경 조성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 글을 통해 의료 현장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여,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기를 넘어 안전한 의료 환경을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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