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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글 Jan 14. 2022

목사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은

아빠와 딸


많은 이들은

목사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대단하다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작게

동의했습니다.


살아오며 여러 힘듦이 있었지만

가장 큰 힘듦은 아빠의 단점과

매일 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나 언니, 동생의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고 흘러가는데

언제나 아빠의 단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서 굳어지고

더욱 단단해져 있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설교하는 아빠를 보며

아빠의 모난 모습을 떠올리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빠의 모난 구석과

마주할 때마다

아빠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교회를 함께 다니시는 분이

목사님은 왜 그러실까

라는 의문을 내보일 때

내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목사는 절대적으로 거룩해야 한다는

편견과

아무렇지 않게

판단하는 그에게

그가 평소에 행했던 모난 모습들을

따져 묻고 싶었고


나도 그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

일순간 부끄러웠습니다.


지독한 편견과 판단 속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목사로 걸어왔을 아빠의 길을

가늠해보며

 

아빠를 힘들어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애틋함의 싹이 피어났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목사의 이야기를 쉽게 접합니다.

기독교를 더 확실하게 욕보일 수 있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유혹을 받을 수 있기에

목사의 자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느끼는 무게는

예수님의 십자가만큼이나 무거울까요?


가끔은 아빠가 목사가 아니었다면

어땠을지를 상상해보곤 합니다.


그러고 나면


언제나 목양실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아빠

신앙 서적을 가까이하고

내게도 책을 건네주는 아빠

매일 아침 감사 기도로

나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아빠

예수님 닮기를 노력하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아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주님과

나를 만나게 해 준 아빠


아빠의 모습이

내 마음에 가득해집니다.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누구보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아빠가 나의 아빠라서,

내가 목사의 자녀인 것이

무엇보다 소중해집니다.


아빠의 투박한 말투와 마주할 때마다

상처받는 대신 웃어봅니다.

"경상도 남자가 다 그렇지 뭐"라며 ・・・


나는 아빠를 응원하는 만큼

아빠의 모든 구석을 사랑합니다.

아빠도 나를 그렇게 사랑하셨으니까요.


주님은 그래서 우리를

아빠와 딸로 만나게 하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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