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노트
프롤로그
이제 입시판을 떠납니다
주희의 치열하고도 지긋지긋했던 입시 생활이 끝났다.
대학 1차 발표가 나던 날, 우리 집은 공식적으로 ‘입시 끝’을 선언했다.
입시가 끝났다는 말은 과연 입시에 성공했다는 뜻일까.
흔히들 이런 농담을 한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조부모님의 재력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낸다고.
입시를 끝내고 나서야 나는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씁쓸하지만, 우리가 지나온 입시의 현실은 분명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성공담을 수집한다.
학원과 학교는 설명회를 열 때마다 서울대와 전국 의대 진학률을 제일 앞에 내세운다.
아이들은 그렇게 수집된 성공담 속에서 내가 그 몇 명 안에 들지 못할까 봐
학창 시절 내내 불안해한다. 그리고 잠을 줄이고 몬스터를 벌컥벌컥 마시며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한다. 그 불안을 먹으며 입시 산업은 점점 거대해진다. 마치 아이들의 악몽을 양분 삼아 자라나는 괴물처럼.
이렇듯 성공담만 가득 찬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성공담의 바깥은 낭떠러지처럼 느껴진다.
살아남기 위해 더 유명한 선생님의 수업을 , 더 열심히, 더 많이 들어야 안심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단짝 친구라는 말은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희미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인 나는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그 인생은 실패인 걸까.
사회는 아이들을 성공과 실패라는 두 칸으로 너무 쉽게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수험 생활 내내 나는 아이를 보며 수없이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미대 정시 실기 시험 기간은 일 년 중 가장 추운 겨울이다. 올해는 실기 시험 기간 내내 영하 10도를 맴도는 한파였다. 손이 꽁꽁 얼어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니.
실기시험장에 주희가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의 긴장된 말간 얼굴을 보며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이 문을 넘어 실기 장으로 들어서면, 나는 알 수도 없고 도울 수도 없는 자신만의 싸움을 시작하겠구나. 그리고 그만큼 또 크겠지, 생각이 들어서 애처롭고도 대견했다.
그리고 이 문을 넘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또 다하여 자신의 시간을 달려온 아이들
나는 믿고 싶었다. 이 시간을 통과하며 아이는 분명 더 단단해지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이제, 입시가 끝난 뒤에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적어보려 한다.
누군가는 지금 막 그 입시판의 문 앞에 서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