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쉽게 쉽게 쓱쓱 풀어주니, ‘우와’하면서 감탄을 연발하고, ‘이 문제 쉬운 거였네?’라고 말한다. 막말로 그런 것은 쉽다. 내가 쉽게 푸는 것, 나 혼자 잘 푸는 것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이런 건 이제 막 수능 공부를 마친 대학생 조교가 더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짓이 과연 학생에게 도움 될까? 부수적인 효과는 있다. 나의 권위와 신뢰가 높아지고, 카리스마가 생길 것이다. 학생들이 나를 따르는 효과는 조금 업 되겠지만, 정작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가 문제이다. 학생들의 스키마와 나의 개념 구조는 전혀 다르다. 나의 뇌에서 나온 풀이는 학생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퍼즐 조각일지 모른다. 나에게는 이런 발상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뜬금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러 시행착오를 보여주면서 가르치면, 분명 선생 볼 줄 모르는 녀석들은 '저 선생님 참 어렵다... 수업 재미없다... 왜 저렇게 오래 푸나... '뭐 이런 말들이 나올 것이다.
수학 수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그래서 그 문제풀이는 어떻게 떠올리셨어요?"이다.
"글쎄? 그냥 떠올랐는데?"
이런 생각이 사실이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좀 더 도움 되는 말은 "많이 풀면 너도 이렇게 돼"이다. 이처럼 수학은 본인 노력의 비중이 크다. 아무리 1타 강사 수업을 들어도, 본인이 연습을 게을리하면 강사의 개념 구조와 본인의 것을 동기화시킬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항상 강사는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거대한 벽을 느낀다. 진인사대천명. 강사가 바로 그러하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