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그래도 꿈은 꾸고 싶다

2부 불러도 대답 없는 황새

by 박시룡

#1

2005년 9월 24일 일본 토요오카시(豊岡市)에서 황새 放鳥式이 있었다..

첫 번째 황새를 자연으로 날려 보낸 사람이 일왕의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秋宮)와 그의 아내 기코(紀子)였다.

내 동료 일본인 교수에게 물었다. "일왕이 아니고 왜 왕세자 부부가 왔냐고?"

일본에서는 일왕보다 둘째 왕세자 부부의 인기가 더 높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2시였다. 왕세자 부부가 문을 열고 첫 번째 황새를 날려 보내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5천여 명의 시민들의 환호와 함께 日 주요 일간지는 일제히 호외판를 발간했다. ' 황새! 50년 만에 자연 귀환'


2005년 9월 24일 일본의 황새 방조식; 왼쪽 첫 번째 일왕의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와 그의 아내 기코 씨(좌측)

아내 기코 씨는 이 황새 방조식을 마치고 곧바로 임신했다.

일본 신문은 대서특필했다.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 주었다"

그 아이는 지금 일 왕위 계승자가 되었다.







도시와 시골집.jpg 도심과 시골이 공존하는 겨울. 우리도 일본처럼 황새가 복원되길 염원해 봅니다.


이 일이 있고 만 10년이 지난 2015년에 한국에서도 황새의 야생 복귀식이 있었다.

나는 일본보다 10년이 늦었지만 방사한 황새들이 우리 땅에서 잘 살아주길 간절히 염원했다.

그래서 내가 방사한 10마리의 황새들의 다리에 '황, 한황, 황, 국황, 만황, 황, 황, 황, 황, 현황'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최근에 야생 복귀 1호였던 대황이가 농약 중독 사고로 8번째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그것도 새끼를 낳고 기르다 아내와 새끼 4마리만 남겨둔 채 저세상으로 떠났다.

아직 생존해 있는 만황이와 세황이도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 제 수명(25~30년)이라도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자연은 이 황새들을 품어 주기에 녹녹지 않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나는 일본 열도가 황새 한 종을 갖고 이렇게 호들갑 떨 정도로 요란스러운지 이제야 알 것 같다.


20220821_094521.jpg 황새는 농약이 뿌려지지 않은 곳에 살아가는 새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면 황새들이 좋아하는 먹이 생물들이 많이 생겨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을 3배나 적게 쓰는 나라다.

그렇다 보니, 일본의 황새들은 우리 황새보다 3배 더 오래 살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방사한 황새들의 자연 수명이 10년이라 치며, 일본은 거의 30년 가까이 살고 있으니까.

그동안 제초제 사용을 자제해왔던 예산군 황새마을 주민들도 힘들어 제초제를 다시 사용하겠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너무 안타깝다.


일본 황새 복원의 성공에 경의를 표한다.

"한국 황새들은 일본 황새들을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국왕이 나서 국민들을 황새에 미치도 록 만들어야 가능한 일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日,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도성길을 걷는 두 사람.jpg 한양도성 길을 걸으면서 우리의 황새복원의 꿈은 버릴 수 없었다.


#2

예산군 새 군수님께!-

지난번 군수님은 도민 체육대회 개막식에 공설운동장에서 황새를 날려야 한다고 주장하셔 너무 기가 막혀 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 군수님은 조금 달라지길 기대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새 군수님께서는 취임 기념으로 또 황새 7마리를 날린다고 사진을 찍으셨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번식한 개체를 포함하여 195마리가 자연에 돌아갔다고 예산군을 자랑하셨습니다.


군수님!

지난 2014년 황새 60마리를 교원대는 예산군에 건넸습니다.

예산군 홍보용으로 준 것이 아닙니다. 잠시 빌려주었을 뿐입니다.

현재 예산군에 있는 황새들은 교원대와 예산군이 "한국교원대교 황새 임치 규정"협약을 맺고 연구목적으로 임치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군에서 한반도 마지막 황새 쌍이 발견 이후, 우리 땅에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멸종 원인을 학자들은 산업화로 인한 농약 과다 사용과 축사의 분뇨, 무분별한 농경지 개발에서 찾고 있습니다.

planet.jpg 지구 위 풍부한 생태계를 찾아 떠나는 황새.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를 기획하고 설계했던 학자로 한 말씀드립니다.

황새 방사 행위는 모두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시험 방사라고 부릅니다.

시험 방사는 이렇게 해마다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시험 방사한 개체들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합니다.

야생에서 생존율과 적응 능력 등을 학술지에 투고하여 전문가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 검증에 따라 그다음 방사 여부도 결정됩니다.


현재 예산군에서 방사가 이루어진 것은 시간으로 계산하면 7년째가 됩니다.

그동안 검증을 받은 논문들이 나왔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 논증도 없는 예산군의 무분별한 방사 행위는 당장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런 무분별한 방사 행위는 결국 예산군의 황새복원 사업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정말 면목없는 일이 되고 맙니다.


군수님께 당부드립니다.

지금이라도 제발 '예산 황새공원"을 생태복원 전문가에 맡겨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십시오!

예산군의 황새복원 사업은 예산군 내 하나의 사업소로 운영돼선 결코 안됩니다.

범국민적 기구, 즉 학계가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꼭 필요할 때입니다,


20220903_142526.jpg 황혼이 물든 저녁, 황새는 둥지를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났다. 없어진 터전을 뒤로하고 섬이 보이는 해안까지 날랐습니다.


#3

군수님!

교원대에서 정년을 하고 거처를 예산군으로 옮겨 2년을 산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해결해야 할 민원을 이제 꺼냅니다.

그곳 지역구인 홍문표 의원을 통해 '논 생태관리 기본법' 일명 황새 법 입법 발의를 제안드립니다.

홍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셨다기에 하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멸종 위기 1급이자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진 황새는 국가 공공 재산입니다. 만일 이 황새가 개인의 땅에서 번식한다면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보다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농경지 생태관리 기본법을 만들어 농민들에게 보상해 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같은 멸종 위기 종이라도 국유지에 복원시킬 경우, 보상은 따로 필요치 않습니다.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등이 그렇죠.

그러나 황새는 개인의 땅에 살면서 주민들이 농약을 뿌리지 말아야 살아갈 수 있는 종입니다.


갓을 쓴 남자.jpg 우리 조상들이 살던 자연에는 황새들이 참 행복했다. 무엇보다 풍부한 먹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군수님께 묻고 싶습니다.

예산군 내 황새가 번식하고 있는 곳의 농민들은 지금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나요?

아마 황새를 위해 친환경농업 단지 조성 사업을 하고 계신다 하겠지요.

이런 것들은 황새가 없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단순히 친환경농업으로 황새복원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쌀 수매 제도에 있습니다. 황새라는 이름으로 특별히 고가로 팔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황새와 같이 멸종 위기 종이 농민 개인 소유의 땅에서 번식하고 있을 때, 국가가 농민들에게 논생태 관리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수님!

우리나라도 이 법이 예산군 지역구 의원에서부터 입법 발의될 수 있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농민들은 국가로부터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짓는 의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나아가 소비자인 국민들은 무농약 농산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고요.

우리나라는 전체 논 가운데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짓는 논이 10%도 채 못 됩니다. 지금도 방사한 황새들이 농약 중독으로 우리 곁에서 계속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아기를 안은 엄마.jpg 오염된 농촌 생태로는 우리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워낼 수 없다. 제초제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 남자아이의 정자 발생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4

군수님!

더 이상 황새를 사진 찍는 일에 동원돼선 안됩니다.

군수님이 방사한 황새들은 지금 死地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농약 중독사, 전신주 감전사, 빈약해진 우리 농촌 생태계로 인해 제 수명도 살지 못하고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지난 군수님은 연구원들에게 황새 방사를 강요하셨습니다.

아마 군으로부터 연구비 명목으로 급료를 지급받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군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는 연구원들은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농경지(논) 생태관리 기본법이 제정되면, 그들은 현재 예산군 황새 번식지 7곳 마을 황새 서식지를 조사 ·관리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논 생태 관리비를 적법하게 배분하는 일은 연구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잠정 추정해 보았습니다.

수혜 대상 가구 수가 약 3,000가구로 추산됩니다.

이것은 황새 둥지를 중심으로 반경 2.6km 내 가구 수를 계산한 것입니다.


노란 하늘 아래 먹이 먹는 황새들.jpg 황새 한쌍이 살아가려면 적어도 여의도 크기만 한 면적이 필요하다.


대상 주민들은 논생태관리임무표를 작성합니다. 이 작성에 연구원들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유럽 선진국 영국에서는 농지 생태관리 임무표을 기본 임무표(무농약 농사짓는 모든 주민)와 고급 임무표(멸종위기 종 서식지)로 구분하여 차등 지급하고 있는데, 이때 농경지 생태 지표 종인 조류 보호 협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이 제도가 정착돼 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1가구당 200만 원, 연간 예산이 60억 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군수님!

황새가 번식하고 있는 예산군 주민들은 열심히 황새를 살리기 위해 농사짓는 일에만 몰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군수님께서 황새 법(농경이 생태 관리 기본법 ) 마련에 예산군의 명운을 걸고 나서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해바라기와 황새의 눈.jpg 꽃보다 황새, 황새는 영물답게 눈이 아름답다. 마치 꽃들의 중심부 수술과 암술머리처럼 영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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