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
#1
며칠째 잠 못 드는 당신과 함께 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내가 불안하면 당신도 불안하겠지요.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늘 어여쁘듯이 나도 당신에게 늘 힘이 되길 바랐습니다.
마음을 다잡으니 한결 나아졌습니다.
당신은 통증이 줄고 웃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잠시 퇴원할 만큼 좋아졌을 때 나는 포상 휴가라도 받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쁨이 너무 짧았습니다.
끝내 당신이 내 곁을 떠난 날, 무거운 발걸음으로 우리가 살던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당신이 떠난 쓸쓸한 방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손으로 쓴 글씨체로 남긴 레시피 공책을 발견한 날이었습니다.
나는 눈이 따갑도록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처음 당신을 만났던 날 당신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을 만난 것에 내 인생의 존재 가치를 느꼈습니다.
당신과 함께 신혼살림을 차렸던 곳이 독일 본이었습니다.
당신이 날 만나기 위해 연구소로 찾아왔지요.
당신은 독일 말을 배워야 했기에 나와 헤어져 잠시 독일 가정에 산 적이 있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당신과 함께 여름철에는 피서도 즐겼습니다.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에 반해 어쩔 줄 몰라했던 당신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은 산을 오르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북한산 백운대, 염초봉, 보현봉, 원효봉, 비봉, 향로봉... 을 올랐던 얘기를 했던 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습니다.
당신 빈자리는 당신이 아름다워했던 세상의 색깔로 채웁니다.
"사랑하는 당신"
# 2
내 대학시절, 젊은이들의 옷차림이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그때는 통 큰 헐렁한 청바지가 유행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발랄함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습니다.
자칫 아슬아슬한 장면도 많았습니다.
가끔 공연의 무대 위에서 무희들이 선정적이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섹시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명자는 엄마의 부름에 동생을 업고 키워야만 했습니다.
큰 딸은 으레 동생들을 업고 키웠습니다.
명자는 대학에 갈 형편이 안됐습니다.
식구들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딸은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명자는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어 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터로 나가면 명자는 하루 종일 밥 짓고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명자는 어느 날 엄마가 아껴둔 옷을 몰래 꺼내 입고 외출을 했습니다.
동생은 누나의 옷차림이 심상치 않아 뒤를 쫓아 보았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명자는 동네 오빠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추운 겨울 매일 연탄을 사서 불을 지폈습니다.
한 손엔 새끼줄에 끼워졌고, 다른 한 손에 연탄집게로 연탄을 들고 날랐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대학 교수로 정년을 한 그 이듬해에 돌아가셨습니다.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날 독일로 유학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립습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