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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Nov 15. 2024

[고영애의 건축기행]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미술사에 매번 오르내리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피리 부는 소년'을 소장한 미술관"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
주소: 1 Rue de la Légion d'Honneur, 75007 Paris, France
홈페이지: www.musee-orsay.fr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옛 기차역을 리모델링한 오르세 미술관의 전경 (사진 고영애)

오르세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오르세역을 개축한 미술관으로, 인상파 회화를 비롯한 19세기 최고의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오르세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 중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와 <피리 부는 소년>은 미술사에 오르내리는 유명 작품 중 하나다. 이 두 작품이 무엇 때문에 그리도 입방에 오르내리는지가 궁금하여 그 앞에 한동안 머물렀다. 

<올랭피아>는 1865년 파리 아카데미 살롱에서 입상한 작품으로, 모델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등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작가들에 의해 오마주되어 온 이 작품은 올랭피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나올 정도로 회자되어 왔다.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를 집필한 미국 소설가 데브라 피너맨(Debra Finerman)은 이 책에서 올랭피아의 실제 모델이었던 빅토린 모렝의 출생부터 마네의 연인으로서의 삶과 그 후 사교계의 여신이 되기까지의 일생을 흥미롭게 파헤쳤다. 

마네의 '올랭피아' (사진 고영애)

<올랭피아> 작품 속의 여인은 거리낌없이 온몸을 드러낸 채 비스듬히 누워 있고, 발 밑에는 웅크리고 있는 검은 고양이가 있다.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는 발기한 남성을 의미하며, 흑인 하녀에게 들려진 꽃다발은 무언의 암시를 하고 있다. 또한 매춘부를 암시하는 적나라한 누드모델이 마치 감상자를 바라보고 있는 듯 따가운 시선 때문에 더욱 화젯거리였다. 평론가들의 야유가 빗발쳤고 이 모델을 통해 그 당시 파리 부르주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더욱 격분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올랭피아>를 눈에 잘 띄지 않는 천장 밑에 전시했던 웃지 못할 수난 이야기는 가십거리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비난은 오히려 마네를 프랑스 화단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주목받게 되었다.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사진 고영애)

<피리 부는 소년>의 모델 역시 빅토린 모렝이다. 이 그림을 보면 겉으론 소년을 묘사한 것 같지만 자신의 연인 빅토린 모렝을 그린 것이다. 마네는 실제 모델을 표현했다기보다 가상의 현실을 통해 모렝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작품 앞에서 대화를 하듯 숨겨진 스토리와 배경을 알게 되면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고전주의 거장인 앵그르의 <샘>, 밀레의 <만종>,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세잔의 <카드놀이를 하는 남자들>,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 작품 앞은 관람자들로 붐벼 먼발치로 감상하며 지나쳤다.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파리 오페라좌의 모형도 앞에서는 그 정밀함과 정교함에 숙연해져서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2층 전시실의 아르누보 전시는 볼 때마다 야릇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804년에 지어진 오르세궁이라 불린 최고재판소는 불탔고, 그 자리에 1900년의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오르세 기차역이 지어졌다. 

아치형 지붕이 돋보인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 전경 (사진 고영애)

옛 궁전 터에 지어진 아르누보 양식의 오르세 기차역을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드와르 드타유는 ‘마치 궁전과 같다’고 칭송하였다 한다. 그 당시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었던 오르세 역은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리모델링하여 1986년에 오르세 미술관으로 개관된 것이다. 가에 아울렌티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리모델링된 오르세 미술관은 옛 기차역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치형 지붕이 돋보인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 공간은 벽체의 고풍스런 문향과 어우러져 더욱 자태를 뽐냈다. 창틀에 달아놓은 바로크양식의 고풍스런 시계 역시 옛 기차역을 상징하는 장식품으로 옛것을 중시하는 프랑스인들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자연광에 고스란히 드러난 아치형 지붕과 통로를 그대로 살려둔 오르세 미술관 복도는 파리 기차역의 플랫폼을 묘사한 모네 작품 <생 라자르 역>에 나오는 안개 속의 기차역을 연상케 하였다. 뿌연 안개에 휩싸인 <생 라자르 역>에 표현된 플랫폼 공간은 오르세 미술관의 아치형 지붕 아래의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어져 영적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오르세 역을 스쳐간 수많은 파리지앵의 기운에 전율했다. 아이러니하게 모네의 <생 라자르 역>은 오르세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외에 수많은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오르세 미술관은 그야말로 명화의 전당으로 부르기에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옛 기차역의 아치형 통로를 그대로 살려둔 오르세 미술관의 복도 (사진 고영애)

시간의 켜를 다양한 층위의 공간으로 잘 보존된 파리는 도시 전체가 예술이다. 예술과 역사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파리를 동경하면서 학창 시절 프랑스 영화와 문학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의 소설 <개선문>의 주인공인 라비크에게 깊은 연민에 빠져버렸다. 라비크가 거의 매일 주점에서 마셨던 칼바도스를 마레지구의 한 카페에서 들이키면서 주인공 조앙과의 비극적인 사랑과 망명가의 고독한 절규가 문득 그리워 한순간 온몸이 떨렸 다. 나는 학창 시절을 추억하며 그를 흠모하였다. 샤르트르와 보봐르가 만났던 카페 드마고,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의 <물랭 루즈에서의 춤>의 배경이 된 물랭 루즈,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자주 들렀던 카페 플로르는 내 가슴을 송두리째 앗아가 낭만이 가득했던 과거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고영애의 건축기행]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 < 문화일반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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