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7화 장애물 달리기 5

그래도 뛴다

by 신소운

7.5.1 시환의 차




"...거기 응급실로 3일전에 들어왔답니다. 저도 지금 막 출동 하려고.."

"어디로 가야 만나죠? 가까우니까 저희가 먼저 가볼께요."

"그게.. 저기... 영안실..입니다..."


침묵... 시환이 전화를 끊는다. 재빨리 지율을 살피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말없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어느새 해 떨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우람한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서, 모든 고통을 싹 잊게해 줄 것 같은 자애한 하늘 아래에서, 또 하나의 실패를 맛본다. 경찰 신분증을 꺼내 목에 걸고, 덤덤히 가방을 챙긴다. 차에서 내린다. 바람이 옷깃을 헤집는다. 병원 건물만 노려본다. 못 살렸구나. 이렇게 커다란 걸 지어놓고도, 사람 하나 못 살렸구나..


"뭐 생각해요?"

시환이 묻는다. 지율의 셔츠 깃을 접으며 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그런거 있잖아요, 수사하다보면... 평생가도 남을 것 같은 죄의식...? 하루만 빨리 눈치챘으면, 3일만 먼저 찾았으면... 딱 일주일만 일찍 봤으면.. 내 잘못은 아닌데, 그렇다고 잘한 것도 없으니까 답답하고 짜증나는 거."

"그런거 없에는 방법이 있을까요? 나도 알고 싶은데.."

"딱 하나 있어요, 잊어버리는 거... 싹 다 잊고, 신경 끄는 거... 나도 살아야 되니까."


앞장서서 들어간다. 응급실 먼저 확인한다.

"경찰입니다. 3일전에 들어온 신원 미상 일본 여성이요, 사망했다던데 당일 진료 기록 좀 볼 수 있을까요?"

여기저기에서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 뛰어다니는 사람들, 우는 아이, 기절한 엄마...

"예, 부장님, 아까 전화 주신 건이요, 신원미상 교통사고 환자.. 경찰분들 지금 오셨어요. 지금 올라가시라고 할까요...?"

간호사가 전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는다. 시환이 뒤로 다가와 몸을 기대게 해준다. 휴식이다..




7.5.2 강력팀 사무실




한차례 출동 후 막 들어온 진우, 자리에 앉기도 전에 전화가 온다. 송창률이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이 시간까지, 바쁘셨죠?"

"아닙니다, 원래 늦어요. 다행히 아까 보내주신 샘플이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매일로 보내드리기는 할텐데, 이게 조금 복잡할지도 몰라서 전화 드렸습니다."

"예, 말씀 하세요, 특이한 점이 있나보죠?"


"먼저, 칫솔이랑 장난감에서 나온 유전자는, 여자 아이이고, 가족력이 있어요. 반성 유전이라고, 어느 한 성별을 타고 유전이 되는데, 아마 이 아이의 부모 중 한 쪽이나 두 사람 다, 색맹이거나 보인자에요. 그런데, 두번째 샘플에서요, 강아지 털에서 나온 혈흔은 남자고, 그런 거 없이 다 정상이에요. 근데, 이 두 샘플이 남매입니다, 어머니가 같아요."

"어머니가 같다면, 혹시 아버지는 다르다는...?"


"그렇죠. 아버지는 다릅니다. 그.. 어머니가 한 사람인데, 한 아이는 색맹이고, 한 아이는 아니다 그러면, 색맹 염색체는 색맹인 아이의 아버지 한테서 온거거든요. 아마 아버지의 모친 되시는 분이 색맹이셨을거에요. 그러면, 오늘 돌린 이 두 샘플은, 아버지가 다른 남매가 되는데요, 또 하나의 문제는 색맹 염색체를 제외하고는, 두 샘플의 아버지 유전자가 너무 일치합니다. 집안에 혹시 다른 성인 남성이 계시다면, 그쪽이 친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아버지의 남자 형제나, 친부, 친부의 남자 형제... 그렇게 부계쪽 남자들이요. 한 집안의 남자쪽 염색체는 돌연변이 아니고는, 잘 안 변하거든요."


그놈이다.. 메모를 적던 펜을 내려놓고 머리카락을 한 웅큼 움켜쥔다.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묻는다.

"두번째 샘플이 사산이거나 유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에 시신을 찾는다면, 더 자세한 걸 알 수 있을까요?"

"시신을 찾는다고 해도, 어차피 유전적인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구요, 부검을 통해서 아이의 사망 원인을 알 수 있겠죠. 정말 사산이었는지, 아니면 출생 후에 사망했는지, 어떻게 사망했는지, 그런 정도요. 혹시라도 짐작하시는 부계 쪽 성인 남성이 있다면, 확인차 그분의 유전자를 검사 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번째 유전자와의 친자 확인이죠. 만약 그게 필요하신 거면, 아이의 유전자는 이미 확보했으니까, 의심되는 사람 유전자만 한번 더 보내주시면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이거 지금 이매일로 받을 수 있는거죠?"

"예, 그럼요, 지금 막 보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제가 조만간 한번 연락 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세요."

"아닙니다, 할 일 하는 건데요. 잘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또 뭐 해드릴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이 팀장 안 통하셔도 되요."

"겸사겸사 인사도 드릴려구요. 오늘 일,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시오."


급하게 전화를 건다.

"팀장님, 개발바닥 유전자 감식 결과 나왔는데요, 유산된 아이의 아버지가 죽은 남편이 아니라 친족 남성이랍니다. 할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지금 가서 긴급 체포 하겠습니다."

"긴급 체포 사안은 아니잖아, 도주 위험도 없고, 이미 증거 다 있으니 인멸 위험도 없고.."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집에 있습니다. 분리 시켜야 합니다."


"그건 그런데... 지금 몇 시야, 벌써 9시가 넘었네.. 야, 그 할아버지가 너 왔다 간거 모르잖아, 별일 없을거야. 내일 아침에 하자, 응?"

"늦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진우야! 강진우!"

전화를 끊는다. 누구한테 데려가야하나 고민중에 조 팀장이 전화를 한다. 성의없이 받는다.

"저 바빠요, 짧게 하세요."


"야, 임마, 그게 할아버지라는 증거 있어? 친족 남성이라며? 그러면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안그래?"

"맞다니까요.. 아으으.. 좋습니다, 그러면 일단, 오늘은 참고인으로 부르고, 조사할 동안에 여자와 아이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겠습니다."

"그래, 그거 좋다. 일단 여청에 연락해서 아이랑 같이 갈수 있는 임시 보호소 하나 알려 달라고 하고, 이정아나 지율이.. 아, 둘 다 안돼지, 지금.. 야, 밑에 내려가서 누구 출동 할 수 있는 애 아무나 불러서 더 데리고 가. 혼자 나대지 말고. 민규는? 왔어?"


"예, 지금 막 씻고 들어왔습니다."

"그래, 한 두세놈 먼저 가서 할아버지 데리고 나오고, 그동안 얼른 애기 엄마 옮겨. 그래도 너랑 몇번 봤으니까, 네가 여자를 맡아. 애도 어리다며."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머리에 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다시 출동하는 민규, 복도에서 은석을 마주친다.

"형, 퇴근 안했어? 잘됐다. 안 바쁘면 같이 가요. 임의 동행 하나 해야되는데, 되는 인원이 아무도 없어.."


"그래? 오래 안걸리면 잠깐 갔다 와도 되지. 무슨 사건?"

"효창동 개발바닥."

"뭐 나왔구나? 가자, 차에서 얘기해."

"예, 여청에 전화 한통화만 하구.. 민규야 승합차 대기 시키고, 밑에 누구 있으면 한두명 더 태워."

"알겠습니다."

총총총 민규가 먼저 뛰어 내려간다. 잘했다며 진우의 뒤통수를 헝클어뜨리는 은석, 발걸음을 서두른다.




7.5.3 효창동




경광등을 켜고 집 앞에 선 승합차. 민규가 문을 두드린다. 뚱이가 짖는다. 잠옷 바람으로 나오는 남자 - 아이의 할아버지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실종 아동 신고가 들어왔어요. 며느님이 얼마전에 출산 하셨죠? 이후에 갓난 아이를 본적이 없다고, 아이를 유기했을 가능성에 대한 고발건입니다."

"이 사람들이, 무슨 소리야, 알지도 못하면서? 출산이 아니라 유산이에요, 사산!"


"유산하고 사산은 또 다릅니다. 병원 진단서 있으십니까? 응급실로 가셨어요?"

"아니에요, 집에서 낳다가 그랬지. 나는 일하러 가고, 지 혼자 집에 있다가 애가 나왔대요. 와보니까 죽어있었어. 무슨 실종이야, 애가 죽은건데?"

"아이 시신은요?"

"땅에 묻었지, 잘 가라고!"


"어디다 묻으셨어요? 출생신고는 아예 안하고 그냥 마음대로 버리신 거에요?"

"버린게 아니라니까!"

점점 흥분해 목소리가 커지는 남자. 은석이 끼어든다.

"잠깐, 잠깐.. 선생님, 일단 가셔서 다시 말씀 하시구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잘 생각하시고 말씀하세요. 지금부터 하시는 모든 말씀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아시겠어요? 경찰이 묻는다고 이렇게 다 얘기하면, 나중에 불리하실 수도 있어요.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차로 모실테니까, 진정하시고 가셔서 차분히 하세요."


잠시 주저하는 듯 하더니 은석에게 몸을 맡기는 남자. 손잡이를 잡고 차에 오른다.

"간단한 조사만 마치고 다시 댁으로 모셔다 드릴께요. 이거는 체포가 아니고, 그냥 임의 동행이십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저희도 조사는 해야 하니까요. 죄 없으시면 아무 문제 없어요, 놀라지 마세요. 변호사 필요하시면 말씀하시구요. 뒷 자리 괜찮으시죠? 대문은 닫아 놓을까요? 늦었으니까 꽝 닫을께요..?"


남자가 끄덕끄덕 한다. 몇몇 이웃들이 나와 구경하지만, 별 소란없이 마무리 된다. 승합차가 떠나고, 골목 옆으로 주차 중이던 자가용에서 진우가 내린다. 다시, 같은 집 벨을 누른다. 뚱이가 대문 안에서 낑낑거리며 아는체를 한다.

"접니다, 용산 경찰서 강진우요. 놀라셨죠? 잠깐 들어갈께요."

초췌한 모습의 여자가 걸어온다. 주변을 살펴보고, 진우를 안으로 들인다. 마당에 선채로 작은 방을 가리킨다.

"아이가 자요, 저 방에서.."


"임시 숙소가 있어요. 아이도 데리고 가셔야 되요. 간단한 거 챙길거 있으시면 가지고 나오세요."

여자가 가디건으로 몸을 감싸며 진우를 바라본다. 벌겋게 부어오른 뺨에 눈물 자국이 반짝 거린다. 어둡지만, 달빛 아래 비치는 얼굴이 아침과 확연히 다르다.

"이 새끼 손모가지를 확..."

진우가 마루로 올라선다. 이번에는 여자도 말리지 않는다. 성큼성큼 걸어 아이 방과 화장실을 사이에 둔, 큰 방 - 할아버지 방 - 으로 들어간다. 몹시 어지러운 이부자리와 바닥에 헝클어져 뒹굴고 있는 여자 속옷..


재빨리 사진 몇장을 찍고, 은석에게 전화를 건다.

"형님, 그 자식 지금 막.. 막 성폭행을 저지른 후 인것 같습니다. 현장 사진 찍었구요, 증거물로 여기 이불이랑 옷가지, 전부 다 수거해야겠습니다. 감식반 기다릴께요.."

뒤를 돌아본다. 여자가 서있다. 어느새 잠에서 깬 아이가 걸어 나와 엄마를 안는다.

"아니, 민규 좀 다시 보내주세요, 민규가 애를 맡고, 저는 ... 병원 먼저 가서, 몸에 남은 증거부터 수집하겠습니다..."



7.5.4 가평 / 병원




직원을 따라 조용한 복도를 걷는다. 구두 소리만 울린다.

"이미 사망상태셔서 저희가 안 받을려 그랬거든요. 신분증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근데 경찰분이 잠깐이라도 맡아달라고 하셔서.. 연고자 찾으면 다시 오신다고 그러시구서는 연락이 없으세요. 그래서 무연고자로 처리를 하려고... 보시다시피 저희는 영안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요, 시신을 오래 보관할 상황이 안되요. 냉장고도 이거 딱 네 칸 뿐인데, 이 분 안그래도 오늘까지 연락 안되면, 내일 남양주에 있는 다른 병원 영안실로 보내려고 준비 중이었어요."


서늘한 방안으로 들어선다. 네모난 철문 하나를 열고 드르륵... 시신을 당겨 꺼낸다. 하얀 천을 뒤집어 쓴 조그만 여자. 발목에 달린 번호표와 철제 침대 끝에 매달아 놓은 의사 소견서를 확인한다.

이름 : 미상

나이 : 30대 추정

성별 : 여성

사인: 늑골 골절로 인한 호흡기 손상


지율이 비닐 장갑을 끼고,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다.

"잠깐만 살펴 볼께요. 불편하시면 나가 계셔도 돼요.."

어깨 길이의 검은 생 머리, 창백한 얼굴, 뽀족한 턱에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 어딘가에 긁힌 자국이 있지만, 사진 속 미키씨의 얼굴 그대로다. 이미 굳어버린 어깨를 꾹꾹 누리며 상체를 살핀다. 눈에 보일만한 상처는 없다.


시신 밑으로 두 손을 넣어 살짝 들고 등쪽을 들여다 본다. 깨끗이 닦아 놓은 뒷머리 상처 아래로, 목을 바로 잡기 위한 작은 부목이 보인다. 엉덩이에서 다리 쪽으로 가벼운 찰과상, 오른쪽 무릎 위가 약간 부어 올라있지만 이 정도면 포르말린 때문일 수도 있다.. 한쪽 장갑을 벗고 손끝으로 갈비뼈 부위를 만져본다. 골절.. 안쪽으로 가라앉았다. 흰천을 덮고 소견서를 다시 본다.


까만색으로 형태만 그려진 인체도에 펜으로 표시했다. 뒷목, 갈비뼈, 무릎... 오른쪽 골반뼈... 다시 시신을 살핀다. 찰과상을 입어 약간의 핏자국이 있으나 뼈가 상한 정도는 촉진으로 구분이 안된다. 의사가 내린 결론은 뺑소니 교통 사고... 사망 추정시간 대략 자정 직후로 추정, 발견 후 병원으로 이송된 시간이 새벽 4시... 그 시간에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직원에게 인사하고 시신을 다시 집어 넣었다.


복도로 나와 진료 기록에 남겨진 담당 경찰에게 전화를 건다. 설악 파출소 황지석 순경이다... 설악 파출소라면 조금 전 미키씨가 머물던 부흥 빌라 옆의 파출소다.

"저희가 실종자 수사 협조를 요청한게 같은 날이잖아요. 어떻게 이 사람을 놓칠 수가 있죠? 이런 사고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아까 갔을때도 충분히 기억 할 수 있었을텐데요?"


"죄송합니다. 이 동네가.. 생각보다 신원 미상 실종자나 사망자가 많습니다. 강을 끼고 있어서, 음주 하시는 분들이 상당하거든요.. 제가 그날.. 밤 근무라서 아마 좀 피곤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환자 이송하신거 맞아요? 아니면 옆에 다른 분들도 계셨습니까?"

"저 혼자 했습니다. 순찰 돌다가 발견해서, 응급실로 갔습니다."

"그게 몇시 쯤이죠? 그때는 살아 있었구요?"


"그게... 거의 근무 끝날 무렵이라서 아마, 새벽 4-5시 됬을 겁니다. 예, 살아계셔서,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옆에 선 시환의 표정이 굳는다. 지율이 잠깐 화를 가라앉히고 한마디 한다.

"황지석 순경, 일 시작 한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예? 저는.. 7개월 차 입니다."

"그날 근무 일지랑 보고서, 이렇게, 이렇게 작성해라, 시킨 사람 있죠? 바꾸세요."


"..."

"옆에 없습니까? 제가 지금 쫒아 갈까요? 그날, 황 순경 순찰 아니었죠? 사건 현장 와 보지도 않았구요?"

"아닙니다, 제가.. 신입이라 잠깐 기억이 잘 안나서.."

"그럼, 본인이 일지에 적은, 사고 장소가 어딥니까?"

".... 그게, 이쪽에서 미사리 외곽도로로 가다가... 천원궁 병원 가는 길에 .. 733번지 헤븐 모텔 동쪽 15 미터 지점 습지입니다."

버벅거리다가 보고서를 찾았는지, 갑자기 정확한 위치를 댄다. 모텔 동쪽 15미터... 아까 그 그을림이 있던 곳..


"지금부터 5분 드립니다. 그날 황 순경에게 보고서 작성 시킨 그 사람한테 연락하세요. 현장으로 날아오라고.. 황 순경도 함께 오세요. 여기까지 오는 시간 25분 드립니다. 정확히 30분 후에, 이 사건 관련자 전부, 거기로 모입니다. 이상입니다."

전화를 끊고 빠르게 이동하는 지율.. 시환이 뒤따라가며 석호에게 전화한다.

".. 미키씨 시신 찾았습니다. 3일전에 사망했구요, 교통사고로 보이는데, 누군가 뺑소니로 위장한 것 같습니다. 관련자 밝히는대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응급실 데스크로 뛰어가 아까 그 간호사를 찾는다.

"아래층 시체 보관실에 계신 일본 여자분이요, 그날 실려왔을때, 같이 온 사람들 신원 파악 할만한 서류 좀 찾아주세요. 입원 동의서나, 보호자 뭐 그런 거 전부요. 신분증 스캔하거나, 누군가는 싸인 했을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날 당직 하신 직원들 명단도 주시구요."

"죄송합니다, 개인 정보라서 저희가 함부로 드릴 수가 없습니다."


"누굴 잡아가야 해주나요? 도주의 위험이 있고, 증거 인멸 이미 하고 계시고, 충분히 긴급 체포 사안이 되는데요, 아까 전화 하셨던 높은 분, 그 분께 다시 전화하셔서, 저랑 말씀 좀 하자고 전해주세요."

"강 형사님.."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경력이 많아 보이던, 설악 파출소의 그 중년 경사다. 아까 통화하고 바로 출동한다더니 이제서야 도착했다. 지율이 삐딱하게 묻는다.

"바쁘셨나봐요, 여기저기 통화 좀 하시느라?"


"잠깐 나가서 말씀 좀 나누시죠."

"아니요, 병원 측에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오 경사께서 잘 이야기 해주세요. 그날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보려구요."

"저기... 안 그래도 사건 일지를 가져왔습니다. 아까 병원에서 연락받고 나서, 뭔가 이상해서 뒤져 보니까, 제가 전혀 모르는 사건이 하나 끼어 있었어요..."


어이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말도 안돼는 거짓말이다. 몇명 되지도 않는 파출소에서 경사가 알지 못하는 사건을 순경이 마음대로 처리했다..?

"이걸 보라구요? 다 짜고 쳤을 걸?"

"그날, 저희가 아니라 청평 파출소에서 왔다 갔답니다. 그 쪽 높은 분이.. 황 순경한테 시킨 것 같습니다."

"청평 파출소 관할이 아니잖아요? 사건이 왜 그쪽으로 갔어요?"

"119로 신고한게 아니라, 누구를 통했든지.. 청평 파출소 어떤 분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했을겁니다."


그제서야, 오 경사가 내미는 사건 일지를 내려다 본다. A4 종이 여러 장에 복사해 반으로 접은, 그야말로 복사본이다.

"죄송합니다. 사건 일지는 허락없이 파출소 밖으로 유출 할 수가 없어서.."

복사본을 받는다. 오 경사가 인사를 하고 뒤돌아간다. 시환이 부른다.

"어디 가십니까?"

"순찰 중입니다. 업무차 잠시 들렀습니다. 복귀해야죠. 여기서 저 안 보신 겁니다. 그럼.."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며 복사본을 속독하는 두 사람... 시계를 본다.. 동시에 뛴다.

"가요, 거기로..."


주차장까지 내내 뛰며 통화중인 두 사람.. 지율이 조수석에 앉으면서도 석호와 통화를 이어간다.

"... 그날 밤에, 응급실로 같이 들어왔답니다. 일지에는 운전자가 입원했다는 것만 적혀 있고, 아직 여기 있는지는 확실치 않은데, 문제는 지역 경찰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 없에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진료 기록을 입수해야 합니다... 이름은 ...


시환도 통화 중이다.

"... 그 사람 차요, 검은색 아우디 Q7 8823, 부근의 수리센타에 맡겼거나 폐차하러 보냈을 겁니다. 분명히 빨리 처리해달라고 했을 거에요. 차주인 척 하고, 마음을 바꿔서 지금 찾으러 가니까, 손대지 말라고 해주세요... 최대한 서둘러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오 경사님. 저희는 지금 현장 갑니다. 있다 뵙겠습니다.."


빠른 속도로 언덕을 내려가 큰 길로 들어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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