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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Dec 13. 2023

참 예쁜 사람

언어 - 사람의 됨됨이

길을 가다 이상향의 여자를 만났을때, 헌팅을 해 봤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해봤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실패였죠. 단박에 무시하고 지나가버린 경우가 많구요. 그러나 그 끝에,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그런데, 저랑 정말 말을 해보면, 진짜로 앉아서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좋게 보세요."

기억에 남는 인터뷰 중 한 장면입니다. 상대는 JYP 박진영. 요즘들어 그 오래된 인터뷰가 다시 생각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자신을 참 잘 아는, 그럼에도 겸손을 잃지않는 참 된 능력자였나봅니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 한참 선배들, 엄청난 '대왕 (혹은 마왕) 선배들'만 그렇게 딱 추려 모아놓으면,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요. 충정 어린 칭찬과 조언을 알맞게 장착하고 이리 몰았다 저리 몰았다를 몇번 하더니, 결국은 자기가 스케치 해 놓은 그림 속에 당당히 세워 놓습니다. 그의 됨됨이가 먹히는 거겠죠? 이 분들은, 어리고 순한 아이돌 양떼 모는 것 하고는 다르잖아요. 숨겨도 숨겨지지않고 가려도 가려지지않을, 자가 번식 만땅의 사나운 손톱들이 스멀스멀 각자의 검은 파워를 풍기다가, 50 넘은 가요계 대부의 애교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모습이 훈훈합니다. 마치 늦둥이 막내 바라보는 그런 애정 반짝반짝한 눈빛?


방송이라는 멍석도, 철 지난 가수라는 한탄도, '이 나이에 언제 또' 라는 필연도 아닌,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박진영만의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분야 전문가답게, 한번 듣고 잡아내는 음악성이나 여전한 춤 실력도 감탄스럽지만, 저는 특히 그의 언어 능력이요. 어쩌면 그렇게 말을 예쁘게 하실까나요. 예능 살리자고 억지스럽게 어려운 척, 불편한 척 할 수도 있었을거고, 자기 체면도 있으니 기강 잡고 힘 빡 주고 모나게 까칠하게, 뽀다구 나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화면 속의 그는 전혀 남 신경 안 쓰는, 놀랍도록 솔직한 JYP일 뿐입니다. 새 예능프로를 시작한 박진영이 아니라, 박진영의 프로듀싱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것 같아 기다리는 한 주일이 들뜹니다.


예전부터 JYP는 연습생들에게 성형이나 지방흡입 강요하지 않고, 계약 해지시 위압금도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건 인성이다.. 라고 가르친다는 다소 뜬금없는 방침도 신선했구요. 2AM 의 창민씨가 그런 이야기도 했었죠. 다른 기획사에서는 받아주지 않았을 미모였기에 JYP 로 갔다고 (^^;) 어찌되었든, 인성을 앞세운 아이돌 교육 덕분인지 다른 회사보다 사건사고가 적긴 하죠. 한두건 뭐라 이견이 있으실수도 있지만, 기획사가 뭐 신부님 수녀님 양성과정도 아니고, 완전 0%는 불가능하잖아요. 게다가 '요즘 애들,' 그것도 예쁘고 튀고 싶어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집단에서 말이죠. (학교랑 비교해도 사고율이 엄청 낮을 듯..)


타고난 장사꾼 - 노력으로 재능을 이길수 있다는 대반전의 주인공에게 소리없는 환호를 질러봅니다.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면 모두의 불가능이 가능으로 재탄생 할까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사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람... 양쪽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자기 관리의 절대 1인. 같은 직종이 아니구서는, 연예인을 존경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요, 이 분에게 만큼은 진심으로 감탄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 처럼 되고 싶어요~ 할 나이 아니고, 이 목과 이 몸으로는 현존하는 어떠한 가무도 감당할 수 없기에, 그저 조용히 박수나 보내렵니다.


JYP 화이팅! 예쁘다! 멋있게 늙자!


p.s. 무지한 말씀인데, 저는 사실 이은미 님은 잘 몰랐습니다. 랩 하시는 음성에 깜짝 놀라서.. 심장이 두배는 팽창했더랍니다. 이제부터라도 찾아서 들어보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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