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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관희 Nov 24. 2020

평범한 에세이

 작가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여기저기서 두 눈으로 감상하며, 주워듣고 경험하는 일상들을 간직해 두었다가 글로 표현하는 거죠. 지금은 작가가 되기 위해 어딘가에서 입상을 하거나 등단을 해야만 했던 이전 시대와는 다릅니다. 글을 써볼까, 하는 작은 용기와 부지런함, 키보드 자판을 두드릴 손가락과 진지하게 생각을 굴려 볼 두뇌만 있으면 누구나 다 글을 쓸 수 있고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예비 작가라고 불릴 자격은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작가가 뭐 별건가요. 글만 쓰면 작가입니다. 단지 글을 잘 쓰는 작가와 글을 못 쓰는 작가로 나뉠 뿐입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후자에서 전자로 넘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저의 책 제목은 평범한 사람이 쓴 평범한 에세이입니다. 사실 평범이라는 수준에 미달하는 에세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 글 진짜 별로다’라는 평가를 들을 각오? 각오라고 할 것 까지도 없이 당연히 그러한 평가를 예상하며 글을 씁니다. 그렇지 않으면 허구한 날 허연 백지에 깜박이는 마우스 커서만 멍하니 바라보며 한 글자도 못 쓰고 있을 테니까요.

 노력이라는 배신하지 않는 동반자와 함께 부족함을 하나씩 메워가며, 그저 끝까지만 다 읽어 준다면 욕을 하건 냄비받침으로 사용하건 간에 관계없이 진심으로 감사하리라는 마음을 담아 한 문장씩 써 나갑니다. 한편으론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그만큼 더 나은 글을 써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글을 쓰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제 아무리 예쁜 포장을 한다 한들, 평범한 사람이 쓴 평범한 에세이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평범한 사람이 쓴 비범한 에세이였다’ 라고 평가를 해준다면 기분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평범’이란 단어에 마음이 끌립니다. 평범한 사람이 의외로 매력이 있다거나, 평범한 일상이 알고 보니 가장 소중했다거나 하는 것처럼, 어쩐지 ‘평범’이라는 단어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반짝거리는 요소들이 꼭꼭 숨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평범함으로 삶의 윤기를 더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범하다는 사실, 그 자체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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