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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관희 Nov 20. 2020

책을 써보고 싶나요? 2

 어느 날은 TV를 보는데 ‘책을 읽자’라는 주제로 공익광고가 나왔다. 그 정도로 책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고, 그 인구 또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통계를 본 적도 있다. 출판 산업은 이미 사양 산업이라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오히려 책을 쓰려는 사람은 많아졌다. 이건 뭐 강물은 말라가는데 피라미들은 살아보겠다고 헤엄치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피라미들 중 한 마리가 바로 나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 푼이 아까운 처지에 굳이 돈 버려가면서 책을 내고 싶냐’라고 묻기도 하기도 하고, 어떤 글쓰기 카페에선 ‘팔리지 않는 책은 책이 아니다’라며 겁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당당하다. 왜냐,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내 존재를 확인 가능한 것이 아니니까. 팔리지 않을지라도, 누군가는 형편없는 글들을 단순히 묶어 낸 수준이라고 욕할지라도, 한 사람에게 그것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녹여낸 귀중한 창작물이니까. 적어도 나 자신에겐 말이다.

 

 내 경험을 빗대어서 그렇지 비단 책뿐만이 아니다. 어떤 개념이든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존재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것을 진정으로 즐길 준비와 노력의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면, 말라가는 강물의 모든 피라미들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하늘은 언젠가는 비를 내려주는 법이니까.


 나는 여태껏 글을 쓰고 싶어서 쓴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 모르겠다. 변변치 못한 글 몇 줄 끄적이는 일도 때로는 고통을 수반하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다 보면 내가 무슨 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다. 그렇게 자괴감과 우울감이 내 마음을 들락날락거린다.

 하나 글 쓰는 행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가도 번뜩이는 글감이 뇌리를 스치면 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 놓거나 기계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타자를 두드리는 내 모습을 보면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글쓰기를 멈춘다고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언가를 창작했다는 성취, 완성도와 상관없이 나의 노력이 깃들여진 결과물에 대한 만족, 언젠가 좋은 글을, 좋은 책을 내 보이겠다는 나 자신에 대한 도전, 혹시나 책이 빵 하고 터지진 않을까 하는 기대, 이외에도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음이 분명하다.

 어쩌면 나 자신을 표출하는 도구로써, 나 자신과의 대화를 여는 창구로써 나는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글을 쓰는 행위로 나 자신을 드러내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고독한 삶의 무게를 줄여보려는, 오히려 맞서 싸워보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인생에 대한 총체적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쓴 글을 읽을 때면 즐겁다. 좋으면 좋은 대로,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사랑스럽다. 단 한 사람의 관객일지라도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어느 무명 배우처럼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가 볼 작정이다. 불타오르던 열정이 차갑게 식었던 날도 있었고 단 한 글자도 써내지 못한 답답한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럴 땐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면 조금씩 해결되었다.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위기 상황을 예상하지만 ‘그때는 잠시 쉬어가자’라는 마음가짐을 안고 오늘도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솔직한 마음을 담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매력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감동시켜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해 줄 수 있는 글을 창작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아마도 기나긴 도전이 될 것이다.      

 

 아직도 종종 나의 첫 번째 책을 펼쳐보곤 한다. 오글거리고 부끄럽지만 나름대로 순수한 맛이 있다. 어느 날 청소를 하다 집안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일기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는 좀 창피해도 괜찮다. 도전과 실패라는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음에,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마음가짐을 갖췄음에 만족한다. 평범하게 보이는 우리도 언제나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고 자신만의 특별함을 창조할 수 있다. 어쩌면 평범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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