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
난 벌써부터 너를 기다려
잠시 기온이 올라간
단 하루의 포근함마저
내 몸의 세포가
너로 착각할 지경이야
아니, 사실 난
지난가을이 시작될 때부터
널 기다렸어
이 계절은 나에게
길고도 지루한 꿈과 같거든
빨리 깨고 싶어
온 힘을 다해
발가락을 까딱 움직여보지만
그것만으로는 깰 수 없대
긴 시간을 다 채워야만
비로소 끝이 난대
봄아
그래도 난
결국 널 만나고 말아
그럴 가능성은 영프로지만
만일 내가 이 겨울을 붙잡는대도...
내 평생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만약 내가 널 밀어낸다 해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는
너와 나를 만나도록 이끄는 걸
그러니까 오늘도 난
반드시 내게 오고야 말
널 기다려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 완벽한
기다림의 준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