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겉모양은 너란 녀석에게서
멀어져 간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것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너를 가지기 어렵다 느끼는
지금에야 더, 너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너란 녀석이 내 안에 꽉 차
더 이상 속에선
자리를 찾을 길 없어
툭.하고 터져버리길 바라본다.
나의 웃음이 번질 때면
마치 끓어오른 용암이
분화구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너란 녀석이 갈길을 잃고
사방으로 줄줄 새어 나오면 좋겠다.
2,30대가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너란 녀석을 끌어올리려
노오력이란 걸 하고 있다.
나에겐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싸움이란 것이
서글픈 현실이지만
너란 녀석은
이성(異性)적 영역에만 머물진 않기에
너의 또 다른 선전을 고대하며
희망을 갖는다.
너란 녀석은 향수와도 같아서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향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코를 찌르고 두통을 유발하는
냄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면
나 역시 좀 더 온전히
나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너를 포기할 수 없다 해도
너에게 집착하진 않겠다.
나를 괴롭혀 온
숱한 핑계와 원망을 걷어내고
원래의 나로 돌아가
내가 가진 너를 발견하려 할 뿐이다.
그 누구도 내 안의 너를
침범할 수 없도록.
그 누구도 너를
폄훼할 수 없도록.
나는
'나'와 '너란 녀석'의
파수꾼이 되기로 했다.